미국 스타트업이 폐플라스틱을 음식으로 바꾸는 기술 개발에 뛰어들어 눈길을 끈다. 이 회사는 해당 기술이 우주 공간에서 대체 먹거리를 만드는데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인공은 비헥스. 회사는 미 우주항공국(NASA)에서 분사한 스타트업으로 3차원(3D) 푸드 프린터 개발로 사업을 시작했다. 2017년에 6분 만에 원하는 형태로 피자를 만드는 3D 프린터를 선보인 바 있다.
비헥스가 이번에 도전하는 분야는 인공 식품이다. 세포를 배양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비헥스는 폐플라스틱에 주목했다.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면서 친환경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비헥스가 개발하는 기술은 폐플라스틱을 박테리아와 반응시켜 만든 부산물로 닭가슴살이나 스테이크 원료를 만드는 것이다. 일부 박테리아는 폐플라스틱을 먹을 수 있고 단백질이 풍부한 부산물(바이오매스)을 생성한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이 프로젝트는 미 국방부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 지원까지 받고 있다.
비헥스는 이 기술로 우주 식량을 제조하는 걸 목표로 세웠다. 폐플라스틱과 박테리아 반응기를 2026~2027년 우주로 보낸다는 구상이다. 앞서 개발한 3D 푸드 프린터까지 활용하면 국제우주정거장(ISS), 달 유인기지 등에서 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꼭 플라스틱이 아니더라도 먹고 버려지는 폐기 음식물을 다시 섭취 가능한 형태로 바꿀 수 있어 활용성은 높다고 비헥스 측은 설명했다. 회사는 상용화에 성공하면 시장 규모가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 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비헥스가 연구 중인 기술이 현실이 될지는 미지수다. 폐플라스틱을 대량 분해할 미생물 공급이 어렵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식품 안전 검사를 통과할지도 불투명하다.
미생물을 활용해 음식을 만들려는 시도는 비헥스가 처음은 아니다. 미국 미시건 공대가 플라스틱을 분해한 미생물 세포로 식품을 만드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영국 에든버러대 연구팀도 대장균을 활용, 플라스틱을 분해하고 요리향을 내는 재료로 바꾸는 실험에 성공한 바 있다. 학계에서는 미생물이 플라스틱을 먹고 살아가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환경 문제에도 적극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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