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360〉지속가능으로 경쟁하기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지속 가능성. 이 용어가 언제부터 지금처럼 쓰였는지는 명확지 않다. 그러나 브룬틀란 보고서(Brundtland Report)가 전환점이 되었음은 분명해 보인다. 유엔환경계획 세계환경개발위원회의 '우리 공동의 미래'(Our Common Future)가 원명이다. 당시 위원장이 그로 할렘 브룬틀란이었다. 그는 지속 가능한 개발을 '미래 세대가 자신의 필요를 충족할 수 있는 능력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개발'로 정의했고, 이후 이 같은 개발 가능성에 대한 탐색 기준점이 되었다.

혁신과 지속 가능, 서로 닿아 있을까. 혹자는 그렇게 말하지만 다른 시각도 있다. 사실 이건 혁신에선 잘 알려진 논쟁거리다. 쟁점을 한 단어로 말하면 '혁신은 지속 가능한 비용을 상쇄할 수 있는가'이다. 우선 지속 가능이 비용을 수반한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하는 전제다. 그러나 정작 이 과정에서 혁신 효과가 이 비용을 보상할 수 있느냐는 것이 문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만일 지속 가능성을 제품과 공정에 반영하면 기업에는 비용이 든다. 친환경 원료를 사용하거나 리사이클링을 고려한 디자인에는 추가 비용이 들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기업은 더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공정이나 부가가치가 더 높은 제품을 만듦으로써 비용을 넘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면 가설은 성립한다. 즉 지속 가능성 추구는 기업의 이익과 배치되지 않고, 환경은 개발과 공존할 수 있으며, 사회와 기업은 공진화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가설에 대한 중론은 “예”이자 “아니오” 또는 “그렇지만” 여전히 “아직 아닌”으로 보인다. 실제 많은 기업은 이 혁신 원리를 아직 들여다본 적이 없고, 사례는 많지 않다. 또 모든 기업에 적당한 혁신 도구인지 불분명해 보인다.

그럼에도 몇 가지 그럴 듯한 원리와 사례는 이미 꽤 있다. 첫째 '그린오션 전략'(Green Ocean Strategy)이라는 것이다. 블루오션 전략에서 따온 이 용어는 기업으로 하여금 자신의 경영 목표에 부합하는 지속 가능 공간, 즉 '그린 오션'을 식별해 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페덱스(FedEx)·DHL·UPS 같은 물류기업이라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은 연료 소비를 줄이는 것이고, 이건 기업의 수익 목표에도 부합한다. 즉 혁신과 지속 가능성은 서로 동기화될 수 있다.

둘째 고객에 기대하는 지속 가능성을 제품과 서비스에 담는 것이다. 파타고니아는 1994년부터 유기농 면만을 사용하기로 했다. 물론 비용은 증가하고 가격을 높여야 했지만 이즈음 환경을 위해 기꺼이 높은 가격을 치를 준비가 된 소비자는 늘었다. 파타고니아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도 이 같은 시장의 변화가 지렛대가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기업의 경쟁전략 재정립 또는 기업을 정체시키고 있는 관행과 근시안 극복에 지렛대로 삼을 수도 있다고 한다. 만일 1회용 주문 배송에 들어가는 탄소발자국이 대용량 운송과 대형매장에 기반을 두고 있는 물류보다 더 크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어쩌면 자기 가방을 들고 장보기에 나서는 소비자처럼 기꺼이 몇 백 미터나 몇 킬로미터를 자신의 발걸음으로 대신하려는 소비자가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이건 누군가에게는 작지만 소중한 경쟁력이 될 것이다.

많은 기업은 아직 이 지속 가능성이라는 혁신 가능성을 수선이나 리사이클 정도로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 정도만으로도 브룬틀란의 '우리 공동의 미래'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혁신이 주는 창안이 이것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 당신이 한번 찾아나서 보면 어떨까.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