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우주망원경 '로먼'…"허블 85년치 우주 단 63일만에 담는다"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망원경 콘셉트 이미지.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망원경 콘셉트 이미지.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1990년 허블, 2021년 제임스 웹에 이어 차세대 우주망원경 ‘낸시 그레이스 로먼’이 2027년 5월 발사를 예정하고 있다.

허블과 제임스 웹이 현재 왕성히 활동하며 태초의 빛을 잡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우주의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서 인류에게는 이보다 더 넓은 시야를 가진 새로운 우주망원경이 필요하다. 이를 보여줄 새로운 눈이 바로 ‘낸시 그레이스 로먼’(이하 로먼)이다.

◇ ‘허블의 어머니’ 낸시 로먼을 기리는 우주망원경

‘허블의 어머니’라 불리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첫 번째 수석 천문학자 낸시 로먼.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허블의 어머니’라 불리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첫 번째 수석 천문학자 낸시 로먼.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지난 2010년, 광각 적외선 우주망원경(WFIRST)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우주망원경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그리고 10년 후인 2020년 5월, 나사는 지난 2018년 타계한 천문학자 낸시 로먼을 기리며 새로운 우주망원경에 그의 이름을 붙였다.

낸시 로먼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첫 번째 수석 천문학자로, 1960년부터 20여 년을 우주망원경의 필요성을 역설한 끝에 허블 프로젝트를 성사시켜 ‘허블의 어머니’라 불린다.

로먼 우주망원경은 2027년 5월 발사(예정)돼 지구에서 약 150만km 멀리 떨어진 안정적인 중력점 ‘제2 라그랑주’(L2)로 향한다. 지구와 태양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이다.

◇ 허블·제임스 웹을 ‘좁고 깊게’…로먼은 ‘넓게 많이”

2.4m 지름의 로먼 우주망원경 주경. 사진=L3해리스 테크놀로지스
2.4m 지름의 로먼 우주망원경 주경. 사진=L3해리스 테크놀로지스

로먼은 허블과 같은 크기의 지름 2.4m 주경을 달고 있으며, 여기에 더해 광시야계측기가 달려있어 3억 픽셀의 고해상도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 밝게 빛나는 별빛을 가려주는 ‘코로나그래프계측기’도 실린다.

몇십년째 활동하는 허블과 달리 로먼은 제임스 웹과 비슷한 5년의 짧은 설계 수명을 가졌다. 비록 짧은 수명이지만 엄청난 속도로 사진을 수집할 예정이다. 허블이 약 85년 걸려 수집할 이미지를 로먼은 63일이면 수집할 수 있다. 넓은 시야와 빠른 조사속도를 가진 덕이다.

허블(흰색)과 로먼(노란색)이 한 번의 스냅샷으로 촬영할 수 있는 영역을 시각화한 이미지.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고더드 우주비행센터
허블(흰색)과 로먼(노란색)이 한 번의 스냅샷으로 촬영할 수 있는 영역을 시각화한 이미지.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고더드 우주비행센터
허블(작은 네모)과 로먼(전체)의 시야를 시각화한 이미지.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고더드 우주비행센터
허블(작은 네모)과 로먼(전체)의 시야를 시각화한 이미지.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고더드 우주비행센터

연구팀이 시뮬레이션을 통해 하늘을 훑었을 때, 보름달 크기의 10배 수준인 하늘에서 500만 개 이상의 은하가 발견됐다. 이를 로먼으로 촬영한다면 우주의 비밀에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허블과 제임스 웹이 천체를 심도 있게 살핀다면, 로먼은 우주의 미스터리를 큰 규모로 보고, 훨씬 넓은 시야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우주의 비밀 ‘암흑 에너지’ 탐지할까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망원경이 우주의 역사를 펼쳐보는 방법을 시각화한 이미지.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고더드 우주비행센터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망원경이 우주의 역사를 펼쳐보는 방법을 시각화한 이미지.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고더드 우주비행센터

로먼의 주요 임무 중 하나는 우주의 팽창을 가속화하는 힘인 ‘암흑 에너지’와 우주의 물질 약 85%를 구성하고 있음에도 거의 보이지 않는 ‘암흑 물질’을 조사하는 것이다.

은하와 은하단은 보이지 않는 암흑 물질의 실을 따라 뭉쳐서 빛난다. 그 우주라는 태피스트리를 충분히 넓게 펼쳐보면 우주의 대규모 구조는 거미줄처럼 되어 있다고 나사는 표현한다. 가닥가닥은 수억 광년을 연장하고 있으며, 은하는 필라멘트 구조의 교차점에서 발견된다. 빛나는 가닥 사이에는 광대한 ‘우주 공간’이 있다.

로먼은 우주가 형태를 갖추기 시작하면서 진행된 여러 단계를 촬영할 예정이다. 일종의 ‘파노라마뷰’다. 이를 통해 우주의 ‘보이지 않는 중추’ 역할을 하는 암흑 물질을 포착하고 본질을 확인할 것으로 과학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천문학자들은 암흑 물질 덩어리를 ‘암흑 물질 헤일로’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것들이 어떻게 형성됐는지는 모른다. 로먼은 암흑 물질로 야기된 ‘중력 렌즈’가 더 먼 천체를 어떻게 왜곡시키는지를 봄으로써 헤일로가 어떻게 발달했는지를 파헤칠 예정이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