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채의 센스메이킹]〈11〉알고리즘 브랜딩 시대

손병채 ROC(Reason of creativity) 대표
손병채 ROC(Reason of creativity) 대표

“우리는 인류가 모든 침팬지를 사냥해서 죽이기로 결정할 수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이달 14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진실을 추구하는 인공지능(AI) '트루스GPT'(TruthGPT) 개발 계획을 언급하며 앞으로 AI의 인간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우려를 침팬지 사례를 통해 이전의 어떤 설명보다 직관적으로 대중에게 전달했다.

이 같은 표현은 2016년 그가 설립한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가 지속적으로 원숭이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하는 도중 극도의 고통을 가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동물 학대 논란과 비판을 마주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트루스GPT는 명칭에서 드러나듯 챗GPT와의 기술적 연관이 드러나 구글의 바드(Bard), 오픈AI의 챗GPT와 다른 제3 선택지가 되기에는 아직 기획 초기 수준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새로운 AI 개발의 당위성, 즉 우주의 본질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AI를 만들면 우주의 흥미로운 일부인 인간을 전멸시킬 가능성이 낮아질 것이라는 그의 논리는 설득력이 충분하다. 머스크가 가장 우려하는 AI의 위험성은 문명을 파괴할 수도 있는 잠재력이기 때문이다. 같은 날 CBS와의 인터뷰에서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모든 회사의 모든 제품이 AI의 빠른 발전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사회가 기존 기술의 진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피차이는 구글이 AI 기술이 특정한 답을 어떻게 생산해 내는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인정했고, 이에 대해 사회자가 어떻게 그런 상태로 사회에 AI를 풀어놓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우리는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답변을 했다.

오존층 구멍을 발견해 노벨 화학상을 받은 네덜란드의 대기화학자 파울 크루첸은 2000년 2월 멕시코에서 열린 지구환경 국제회의에서 우리는 이제 인류세(Anthropocene)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인류세는 인류로 인해 빚어진 지질시대로 대기의 변화를 기준으로 할 경우 산업 혁명을 시작으로 인류가 지구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 세로 설정한 개념이다. 이같이 인류 문명의 발전 과정에서 지구 환경을 파괴하거나 다른 종의 생존을 결정할 수 있는 힘은 모두 인간의 지능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이제 AI이 등장했고 우리는 이 낯설고 잠재적으로 가장 위협적인 존재를 다뤄본 경험이 부족한 채로 사회에 던져놓은 상황을 맞이했다.

반면 오픈AI의 수장 샘 올트먼은 지난달 26일 AI 연구원 렉스 프리드먼의 팟캐스트에 출연해서 현재 수준보다 뛰어난 범용인공지능(AGI)의 출현을 최대한 짧은 시간 안에 이루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AI가 초지능을 얻게 되는 순간은 갑작스럽고 빠르게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의 AI보다 한 단계 더 뛰어난 AGI를 빠르게 만들어서 이후부터 초지능에 도달하는 긴 시간 동안 인간에게 친화적 AI를 만들어 가는 것이 인류를 위한 최선이라는 생각을 밝힌 것이다.

현재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AI 전쟁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이들 세 사람은 AI와 함께하는 인간의 삶이라는 주제를 향한 공통된 관심을 보인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건 그들 이야기의 최종 목표는 특정 행동을 보이는 컴퓨팅 시스템, 즉 AI를 만드는 것이라는 점이다. 이 혁신적인 모델은 가차 없이 기계와 데이터 중심이며, 이전 세상에서 중요하던 사람은 점점 더 자율적인 시스템의 데이터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행동 입력의 제공자로 묘사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머스크가 언급한 진실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다시 인류에게로 향하도록 하는 것이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다. 사라지는 직업군에 속한 사람이 자신의 주체성을 재확인하고 더 적극적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기준과 방법은 무엇이 될 수 있을지, 우리가 하는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는 주체는 여전히 인간일 수 있을지, 이러한 인식을 잊지 않도록 돕는 제도적 장치와 커뮤니티의 주제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를 논할 필요가 있다.

브랜딩은 타깃 고객에게 그들과 같은 길 위에 서 있음의 선언이다. 어쩌면 지금 우리는 인간 종의 생존을 기준으로 하는 세 가지 양상의 AI 알고리즘 브랜딩의 시도를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류 보전을 위한 머스크의 '우주로의 관심 전환', 피차이의 '허위 및 가짜 정보 시대의 사회적 적응', 올트먼의 '인간 친화적 AI 개발을 위한 타임라인' 가운데 당신이 선호하는 알고리즘은 무엇인가.

손병채 ROC(Reason of creativity) 대표 ryan@reasonofcreativit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