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363〉에코시스템으로 보는 혁신

[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363〉에코시스템으로 보는 혁신

에코(Eco-). 대개는 어떤 단어 앞에 붙어서 의미의 가닥을 잡는 접두어로 쓰인다. 이것의 기원이 되는 그리스어 오이코스(oikos)는 원래 집이나 집에 사는 사람을 일컬었다고 한다. 이것이 다른 단어와 결합되면 생태나 환경이란 의미를 띤다. 무엇보다 체계를 나타내는 시스템(system)이란 단어와 결합되면 생태계(ecosystem)란 뜻이 된다.

혁신의 경계는 어디까지일까. 원래 혁신이라 하면 새로운 제품이나 기술을 말했다. 그러던 것이 가치사슬이나 비즈니스 모델처럼 긴 파이프라인 같은 과정이란 것으로 비춰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다음 플랫폼에서 심지어 지금 혁신은 마치 살아 있는 생물이 향연을 벌이는 곳, 즉 생태계로 이해되기도 한다.

2015년 즈음 페이팔(PayPal)의 수익은 76억달러가 됐다. 그러나 정작 처리하고 있던 거래는 300조원이나 됐다. 매출 성장률은 17%를 넘었고, 영업이익률은 무려 23%가 됐다. 이것이 가능한 한 가지 이유가 있었다. 페이팔은 어떤 하드웨어(HW)나 거래 방식에 구애받지 않고 작동했다. 이렇게 페이팔은 거의 모든 거래 생태계에서 작동할 수 있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이런 점에서 아마존은 비슷한 듯 한 수 위다. 1999년 아마존은 제3자 판매자를 위한 온라인 플랫폼 지샵(zShops)을 선보인다. 이들은 월 사용료와 판매당 수수료를 내는 것으로 손쉽게 이 지샵에 자신의 제품을 올려놓을 수 있었다. 아마존은 지샵에서 가능성을 본다. 원래 별도로 운영되던 지샵 웹사이트를 2000년 1월 아마존 자체 상품과 함께 판매되는 단일매장 방식으로 전환된다. 이 선택은 아마존의 번영을 만든다. 2007년 아마존에서 판매된 제품의 26%가 제3자 판매자 것이었다. 이건 2014년에는 42%, 2018년에는 53%가 된다.

여기에 아마존은 다른 고객의 리뷰와 별 다섯 개로 나타내는 제품 평가 방식을 도입한다. 그리고 고객 구매 데이터를 사용해 개인화된 제품 추천을 하기 시작한다. 이건 아마존을 포함해 서로 비슷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다른 공급업체에 제품과 서비스를 개선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가격으로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빠른 피드백이 됐다. 또 판매자는 자신의 가격 및 품질 정보를 더 자세하게 제공했고, 더 다양한 제안을 하게 됐다. 이렇게 기업이 이것에 반응하면 할수록 소비자는 더 많은 정보를 얻게 된다. 그리고 더 다양해진 제안은 고객에게 아마존에서 웬만한 건 찾을 수 있도록 됐다.

그리고 주로 거래수수료 부과를 위한 생태계의 활동 데이터 추출이 목적이었지만 아마존은 왜 그런 거래가 이루어지고 어떻게 이런 선택이 이뤄지는지 실에 구슬을 꿰어서 낼 수 있었다. 그리고 아마존은 이것으로부터 새로운 기회를 찾고 거래를 미세 조정하고 식별할 수 있는 최초의, 가장 폭넓게 이용되는 성공한 첫 기업이 된다.

학자들은 두 가지를 생각해 보라고 말한다. 하나는 생태계가 되거나 그 일부가 되는 것이다. 둘째는 최종 고객의 목표와 선택에 숨은 왜(why)에 관심을 둬 보라는 것이다. 애플 앱, 에이비앤비, 우버가 플랫폼을 비즈니스로 승화시킨 주인공들이라면 생태계에서 아마존만큼 이 두 가지 모두를 비즈니스로 승화시킨 혁신 기업은 그 전에 없던 것으로 불린다.

혁신을 보는 렌즈는 앞으로 더 넓어질 것이다. '만일 성공한다면'이란 전제가 필요하지만 이것에 성공한 누군가는 고객의 모든 요구를 충족시키는 첫 기업이 될 것이라 한다. 우리 모두가 아마존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게 뭔지 한번쯤 따져볼 만하지 않을까.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