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올해 혁신·공동점포 개설 0건

통·폐합 점포수는 84곳 ‘대조’
이종사업 결합·각사 점포 공유
타사업자와 협업 어려움 꼽아
업무 한정·노년층 대응도 한계

신한은행과  KT가 협업해 개설한 혁신점포 전경
신한은행과 KT가 협업해 개설한 혁신점포 전경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5대 은행 혁신·공동점포 개설 수

시중은행이 올해 들어 단 한 곳의 혁신·공동점포도 개설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은행 영업점 수가 빠르게 줄어들면서 금융 당국에서는 상생 대안으로 혁신·공동 점포 개설을 권유해왔지만 정작 현장 작용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월 이후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은 혁신점포와 공동점포를 단 한 곳도 개설하지 않았다. 이 같은 추세라면 이번 상반기까지 추가되는 점포 수는 없을 수도 있다. 연초부터 현재까지 5대 은행이 통·폐합한 점포가 84곳에 이르는 것과 대조적이다.

혁신점포는 은행이 이종 산업 매장과 결합해 각종 금융 융합 서비스와 디지털 문화를 선보이는 미래형 점포다. 은행들은 편의점, 통신사 매장을 활용해 디지털 데스크를 설치, 계좌개설부터 대출 등 다양한 은행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공동점포는 말 그대로 서로 다른 은행이 한 곳의 공간을 공유해 사용하는 점포를 뜻한다. 해당 점포에서는 주로 소액 입·출금이나 공과금 수납 등 간단한 업무를 지원하는 경향이 높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5대 은행이 개설한 혁신점포는 KB국민은행 2곳, 신한은행 5곳, 우리은행 1곳, 하나은행 3곳, NH농협은행 1곳이다. 공동점포는 KB국민은행이 3곳, 신한은행이 2곳, 우리은행 2 곳, 하나은행 2곳, NH농협은행은 없다.

은행권에서는 혁신점포·공동점포의 확대가 지지부진한 이유로 타 사업자와의 협업과 의견 조율이 어렵다는 점을 꼽고 있다. 혁신점포로 활용 중인 KT, 이마트24, CU, GS리테일 등 이종사업자와 점포를 개설하기 위해서는 해당 점포의 목적성부터, 운영 비용 등을 고민해야만 한다. 공동점포 또한 마찬가지다. 서로 다른 은행 사업자간 점포 위치 선정부터 운영 방식, 경쟁 과열 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혁신점포나 공동점포가 은행의 점포 폐쇄 추세에 대응할 수 있는 무조건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점도 한계로 확인된 셈이다. 혁신점포는 디지털 데스크를 통해 고객이 직접 업무를 진행하거나 화상으로 직원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 이에 노년층과 같이 디지털 금융 접근성이 낮은 고객들은 사용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은행 관계자는 “혁신점포의 거래실적 등이 눈에 띄게 늘고 있지는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공동점포의 경우 창구 직원을 보유하고 있는 곳은 그래도 낫지만, 한정적인 업무를 수행하거나 ATM만 보유하고 있는 경우도 있어 대응에 한계가 있다.

은행별로 폐쇄 점포 수에 차이도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점포를 폐쇄하지 않을 경우 공동 점포 등이 크게 필요없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들어 국민은행은 가장 많은 65곳의 영업점을 통폐합한 반면 농협은행은 1곳만을 폐쇄했다. 금융당국이 실제 영업점 폐쇄에 신중을 기할 것을 당부하고 있어 당분간 은행들의 점포 폐쇄 작업도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은행권은 그간 줄어든 점포에 대응하고, 융합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서라도 올해 하반기에는 혁신 및 공동점포를 추가 출점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예린 기자 yesl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