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경쟁 시대가 도래했다. 고객 시선을 사로잡을 심미적 요소를 포함해 사용경험을 혁신할 기능까지도 상당 부분 디자인에서 결정된다. 이제는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실현을 위한 핵심 도구로 주목받으면서 디자인 역량 확보에 전 산업계가 집중하고 있다.
올해로 5년 차에 접어든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 지원 사업은 중소기업 디자인 역량 확보에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열악한 중소 제조 기업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디자인을 활용한 고부가가치 사업 진출을 유도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까지 도모하는 선순환 고리로 자리매김했다.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중소·중견 제조기업의 디자인 역량 확보를 지원, 혁신 상품 개발로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전국 스마트그린산업단지 내 구축 중이다. 이 센터를 거점으로 삼아 디자인 역량이 취약한 제조 기업에 디자인을 활용한 신상품 기획 역량과 개발 경쟁력을 높여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지원한다.
2019년 서울 가산디지털산업단지에 1호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를 건립한 이후 2020년 경기(반월시화)·경남센터, 2021년 경북(구미)·광주센터, 2022년 대구·울산센터까지 모두 7개소를 구축 완료했다.
센터는 디자인과 제조를 연계한 전주기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특히 ‘7업(UP) 프로그램’으로 대변되는 전주기 제품개발 지원은 기업의 디자인 주도 성장에 밑거름이 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제품·서비스 개선 컨설팅(터치업) △수요 맞춤 디자인 개발 지원(밸류업· 스케일업·빌드업·스마트업) △양산과 홍보 지원(메이크업·세일즈업)까지 사업 단계별 체계적인 맞춤형 지원이 제공된다.
이 외에도 센터 내 영상이나 사진촬영·편집 등을 위한 디지털 복합 스튜디오와 콘퍼런스룸 등 시설도 제공한다. 제조혁신 성공사례나 지역 우수기업 제품을 전시한 디자인 쇼룸도 마련했으며, 디자이너 실무 역량 교육 등 다양한 교육·세미나도 주기적으로 진행된다.
전국 5개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가 지난해에만 지원한 기업 수는 782곳에 달한다. 2019년 이후 지난해까지 1300곳이 넘는 제조 기업이 디자인 역량 강화를 지원받았다. 컨설팅, 제품 기획·개발, 양산, 마케팅 등 기업이 원하는 부문을 맞춤형으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참여를 원하는 기업 수도 갈수록 늘고 있다.
무엇보다 디자인주도 제조혁신 지원이 실질적인 경영성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기업 만족도가 높다. 지난해 센터 지원을 받은 기업 중 77%가 국내 매출 증가 효과가 있었다. 이어 지원 기업 80%는 국내 판로가 확대됐고, 기존 제품 대비 사용성 개선을 이룬 기업도 90%나 됐다. 이 같은 성과를 통해 기획재정부 고객만족도 조사 결과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 지원 사업은 2022년 91점을 획득, 준정부기관의 지원 사업 평균(87.6점)을 웃돌았다.
이 같은 성과는 디자인진흥원 제조혁신 지원 전문가들의 지원 기업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깊이 있는 방향 제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실제 로봇 전문기업 에이버츄얼은 제조혁신센터 도움을 받아 외관 디자인을 전면 개편, 모듈화가 가능한 로봇 플랫폼 개발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매출은 전년 대비 6% 성장, 특허 6건 출원, 8건의 수상·인증 획득 등 경영 성과를 거뒀다. 엠마헬스케어 역시 제조혁신센터 지원 사업을 통해 스마트 아기 침대 개발에 성공, 78건의 지식재산권 확보, CES 2023 혁신상 수상 등을 이뤘다.
디자인진흥원은 올해 차별화된 콘텐츠와 서비스 고도화로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 내실을 다진다. 지원 대상도 국가 산단 대상에서 전국 단위로 확대한다.
색상·소재·마감(CMF) 아카이브를 확충하고, 분기별 최신 CMF 트렌드 리포트도 수혜 기업에 제공한다. CMF 분류체계 개선 등 콘텐츠 고도화를 통해 제조혁신센터만의 차별화된 킬러 콘텐츠를 마련한다.
수혜기업의 애로사항을 상시 해결하기 위한 컨설팅 체제도 구축한다. 중소 제조사 맞춤형 지원을 위한 장단점 파악과 애로사항 상시 접수 등에 필요한 현장 컨설팅도 강화할 계획이다.
채윤병 한국디자인진흥원 지역균형발전실장은 “제조기업이 디자인을 통해 고부가가치의 자체상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전국 7개 지역의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를 거점으로 지원을 확대할 것”이라며 “우리나라 제조기업이 디자인주도 자체상품 개발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