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꿈의 배터리’ 전고체 파일럿라인 가동

6500㎡…자동화 설비 갖춰
무음극 혁신기술로 수명 개선
에너지 밀도 높고 화재 위험 없어
토요타 “5년내 상용화” 경쟁 예고

삼성SDI가 전고체 배터리 시장 선점을 위한 첫 발을 내딛었다. 전고체 배터리는 높은 에너지 밀도에, 화재 위험이 없어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제품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경기도 수원시 삼성SDI 연구소 내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인 일명 'S라인'을 이달부터 가동하고 샘플 생산을 시작했다.

삼성SDI는 지난해 3월 국내 배터리 제조사 가운데 처음으로 연구소 내에 6500㎡(약 2000평) 규모 전고체 배터리 생산 파일럿 라인을 착공했다. 지난 2월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전고체 배터리 시험생산 라인을 방문해 개발 현황을 집중 점검하기도 했다. 파일럿 라인 가동을 시작하며 당초 예고한대로 올해 상반기 내 완공한다는 일정을 지켰다.

파일럿 라인 구축은 기존 랩 스케일에서 소규모 생산하던 것에서 나아가 자동화한 인라인 설비를 갖췄다는 의미가 있다. 제조사들은 통상 파일럿 라인을 시작으로 점차 생산 규모를 키우면서 양산 가능성을 시험하게 된다. 대량 생산 가능성이 확인되면 투자를 통해 설비를 확충하고 양산에 나서는 것이다. 삼성SDI는 오는 2027년 전고체 배터리를 양산하겠다는 목표를 밝혀왔다.

삼성SDI 전기차 배터리
삼성SDI 전기차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한 차세대 배터리로 현재 주류인 리튬이온 배터리와 비교해 더 많은 에너지를 저정할 수 있고 화재 위험성도 낮은 장점이 있다. 기존 배터리 산업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게임체인저'로 주목받는다.

다만 현재까지는 액체 전해질 대비 높은 저항 때문에 이온 전도도를 원하는 수준으로 높이기 힘든 것이 기술 장벽으로 꼽힌다.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월등히 높은 제조 원가도 넘어야 할 장벽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구성물질에 따라 황화물계, 산화물계, 고분자계로 나뉜다. 삼성SDI는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독자 조성의 고체 전해질 소재와 혁신 소재 기술로 수명을 개선한 무음극 기술(Anode-less)이 특징이다.

삼성SDI 전고체 라인 구축에는 국내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대거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극공정 장비는 씨아이에스·피엔티, 조립공정은 유일에너테크·하나기술, 정수압 장비는 일신오토클레이브, 충방전 공정은 갑진이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고체 배터리 핵심 소재인 고체전해질은 포스코JK솔리드솔루션과 에코프로비엠으로 부터 공급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일본 토요타자동차가 2027년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상용화 계획을 밝히면서 한국과 일본 기업간 전고체 배터리 양산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토요타는 최근 기술설명회에서 전고체 배터리의 내구성 과제를 극복했다며 이를 탑재한 전기차의 상용화 시기를 2027∼2028년으로 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 파일럿 라인에서 생산된 전고체 배터리 샘플을 테스트한 결과 우수한 성능을 확인한 것으로 안다”면서 “글로벌 차세대 배터리 경쟁에서 충분한 승산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이 29일 창립 53주년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최 사장은 이날 전고체 배터리와 46파이 등 차세대 제품 양산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사진 삼성SDI 제공>
최윤호 삼성SDI 사장이 29일 창립 53주년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최 사장은 이날 전고체 배터리와 46파이 등 차세대 제품 양산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사진 삼성SDI 제공>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