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인 미디어]지구로 향하는 소행성의 위협... ‘플래닛’

영화 '플래닛' 포스터
영화 '플래닛' 포스터

“거대 소행성이 근접한 거리로 지구를 지날 예정입니다”

세계 각지에서 유성우가 지나가며 펼쳐질 화려한 우주쇼를 기대하며 들뜬 축제 분위기가 형성된다. 소행성군 궤도를 추적하던 우주 정거장 미르로부터 운석 충돌을 경고하는 보고가 이뤄지지만 지구에서는 가능성이 낮은 일로 치부되고 만다. 소행성 뒤 편 사각지대의 운석 파편이 지닌 힘은 핵폭탄의 10배. 우주정거장을 파괴하고 결국 지구를 향한 소행성에 의해 건물과 도로가 붕괴하며 대재앙이 펼쳐진다.

러시아 연방에서 제작한 플래닛은 소행성 충돌을 주제로 한 사이언스픽션(SF) 재난 영화다. 파괴된 우주 정거장과 운석 낙하 이후 초토화된 지구를 오가며 이야기가 펼쳐진다. 호주, 뉴질랜드, 오키나와, 프리모르스키, 한국 등 세계 전역이 운석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으며 도시 인프라가 붕괴되고 폐허로 변해가는 모습을 사실감 넘치게 그려냈다.

소행성은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태양계 천체 중 목성 궤도 안 쪽을 도는 행성보다 작은 천체다.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와 소설, 만화, 게임 등 콘텐츠에서는 지구를 파괴할 수 있는 위협적인 대상이자 희귀한 자원이 풍부한 개척 대상으로 등장하는 단골 소재다. 운석은 소행성을 비롯해 우주에서 지표로 떨어지는 암석을 총칭하는 표현이다.

소행성 충돌은 단순 공상과학이 아닌 실존하는 위협이다. 1908년 6월 30일 러시아 퉁그스카 지역에 떨어진 40~50m급 소행성은 25㎞ 거리 내에 있던 나무 8000만 그루를 쓰러트리며 시베리아 삼림을 초토화시켰다. 소행성 충돌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국제적인 대응을 위해 국제연합(UN)은 2016년 이날을 '세계 소행성의 날'로 지정했다.

비교적 최근인 2019년에는 '아스테로이드 2019 OK'로 명명된 지름 57~130m 크기 소행성이 지구 근처를 초속 24㎞로 아슬아슬하게 비켜갔다. 당시 소행성이 스쳐간 거리는 지구와 달 사이의 5분에 1에 불과했다. 지구에서 아스테로이드 2019 OK의 존재를 인지한 것은 최근접 시점으로부터 몇 시간 전에 불과했다.

영화 플래닛에 등장하는 소행성과 같이 지름 100m가 넘는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하면 도시 하나가 초토화된다. 지름 1㎞가 넘어가면 지구 생태계가 회복 불가능한 수준이다. 미항공우주국(NASA)은 지구에서 750㎞ 이내로 궤도가 형성되고 크기가 140m 이상인 '잠재적 위험 소행성(지구 근접 소행성)' 2300여개를 파악해 감시 중이다.

소행성으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한 방어 전략도 구상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은 소행성에 우주선을 충돌시켜 궤도를 바꾸는 실험을 진행했다. 우주선을 운동 충격체로 활용, 지름 160m 크기 소행성에 정확히 충돌시킴으로서 소행성 공전 주기를 1% 가량 단축시킨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클 베이 감독의 1998년작 '아마겟돈'과 같이 우주 공간에서 핵폭탄으로 소행성을 직접 폭파하는 방식도 거론되고 있다.

과학계에서는 100년 안에 크기 140m 이상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하지만 인류에게 우주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예기치 못한 우주적 위협을 대비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해서 이뤄져야할 것이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