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주의 酒절주절](1)막걸리는 억울하다

[편집자주] '박효주의 酒절주절'은 세상의 모든 술 이야기를 다룬다. 산업 동향과 트렌드, 문화, 술로 나누는 사람 이야기까지 기사에 담지 못한 이야기를 매주 목요일마다 풀어볼 예정이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여름 더위와 장마가 한창인 요즘 떠오르는 주종은 시원한 막걸리다. 막걸리와 파전은 K푸드 대표 주자인 '치킨+맥주'과 버금가는 조합이다.

막걸리는 우리나라 전통 술로 기원은 대체로 삼국시대부터로 본다. '삼국유사'에 제사를 위해 요례를 빚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탁주를 뜻하는 요(醪)자가 있어 이를 탁주류로 보는 견해가 있다. 막걸리는 타 주종과 달리 별도 장치가 필요하지 않고 많은 양을 만들 수 있어 집에서 직접 빚어 마시는 가양주로 명맥을 유지했다.

오랜 전통을 가진 막걸리의 어원은 억울한 면이 있다. 막걸리는 '아무렇게나 함부로' 또는 '조잡하다'는 의미를 가진 '막'과 걸러낸다는 의미가 합쳐져 '아무렇게나 걸러낸 술'이란 뜻으로 흔히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는 일제강점기에 가양주를 금지한 주세법이 시행되면서 퍼지게 된 용어란 견해가 있다. 막걸리는 '금방'이나 '곧'의 의미를 가진 '금방 막 거른 신선한 술'이란 의미인데 이를 격하시킨 의미라는 것이다.

막걸리의 위상이 회복된 것은 지난 2021년 국가무형문화재로 '막걸리 빚기'가 지정되면서다. 이후 막걸리는 가격과 맛, 원료가 다양화되면서 젊은 소비층을 끌어들이며 재전성기를 노리고 있다. 빙수를 콘셉트로 만든 막걸리나 막걸리향 아이스크림, 야쿠르트향을 조합한 이색 주류도 출시되고 있다.

막걸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최근 수난도 겪고 있다. 대체감미료 아스파탐이 오는 14일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 의해 '발암 가능 물질'(2B군)로 분류가 예고되면서다. 막걸리는 아스파탐을 넣는 대표 품목으로 지목되면서 시장 전반에 걸친 영향도 우려된다.

아스파탐 함량은 막걸리 제품마다 차이가 있으나 통상 미국식품의약국(FDA) 기준 일일 허용 섭취량(성인)에 따라 1병 당 허용량의 2~3%정도 함유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2019년 식품첨가물 기준·규격 재평가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체중이 60㎏인 성인은 막걸리(아스파탐 72.7㎖ 함유 기준) 33병을 매일 마셔야 기준을 초과한다.

막걸리에 아스파탐을 넣는 이유는 단맛을 내는 데 더해 발효를 지연하는 효과를 볼 수 있어서다. 막걸리는 보통 쌀이나 밀에 누룩을 넣어 발효시켜 만든다. 누룩에 있는 효소가 전분을 분해해 당을 만들고 효모는 이렇게 분해된 당을 통해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만든다. 단맛을 더 내기 위해 설탕 등 당분을 첨가하면 발효 속도가 더욱 빨라진다.

전통주 지정도 막걸리의 해묵은 숙제다. 흔히 알려진 제품들은 전통주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현행법상 지역농산물을 이용해 해당 지역에서 생산해야 전통주로 지정받을 수 있다. 농축산식품부는 지난달 4차 식품산업 진흥 기본계획을 밝히면서 전통주산업법 개정을 검토한다고 발표했다. 전통주 개념·범위 및 지역특산주 원료 조달 범위 조정 등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