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파업 가능성만 보고 발주하라는 CU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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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가 하이트진로 파업 가능성을 이유로 가맹점주에게 소주 재고 확보를 독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트진로는 임금 단체협상이 진행 중이며 파업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성수기 매출을 끌어올리려는 CU의 꼼수 전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CU는 가맹점주 공지를 통해 소주 재고 확보를 요청했다. 7월 말부터 8월 내에 하이트진로 파업 가능성이 있으니 선제적으로 재고를 확보하라는 것이 골자다. 구체적으로 매출 상위 소주 5종인 △참이슬(병) △진로이즈백(병) △참이슬 오리지널(병) △참이슬(페트) △진로이즈백(페트)을 대상으로 지정했다. 파업이 확정되면 발주 수량 제한 등 조치가 이뤄질 예정이라는 내용도 함께 담았다.

가맹점주 공지를 확인한 CU 점주들은 하이트진로 파업을 기정사실화한 분위기다. 한 편의점 가맹점주는 “하이트진로가 파업할 수 있다는 공지를 봤다”며 “소주 제품을 사전에 물량을 채워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하이트진로는 파업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올해 임단협이 진행 중이며 현재 사측도 성실히 교섭에 임하고 있다”며 “파업에 돌입하기 전 찬반 투표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아직 교섭이 결렬되지도 않다”며 파업 가능성이 낮다고 시사했다.

계상혁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장은 “요즘은 진로 소주 대안이 많기 때문에 실제 파업이 발생하면 하이트진로가 시장영향력에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CU의 가맹점 공지가 상품 밀어내기 성격이 짙다고 지적한다. 여름 성수기를 대비해 각 사가 주류 재고를 충분히 확보해둔 시기에 파업 가능성을 언급해 가맹점주 발주를 부추겼다는 시각이다. 실제로 CU를 제외한 편의점 3사(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는 하이트진로 파업 가능성과 관련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물량 부족이 우려되면 본사가 직접 물량 확보를 위해 노력한다”며 “파업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가맹점주에게 먼저 물량을 확보하라고 안내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CU는 이번 가맹점 공지가 화물연대 파업 가능성을 대비한 선제적 조치라는 입장이다. CU 관계자는 “지난해 하이트진로 파업으로 원활한 주류 수급이 어려웠던 만큼 사전에 대비한다는 성격이 강하다”며 “여름 성수기에 주류 수급은 가맹점 매출과도 연결되는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앞서 CU는 지난해 하이트진로 소주 제품 발주를 제한한 바 있다. 민주노총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하이트진로 소주 출고에 제한이 걸린 영향이다. 당시 CU 뿐 아니라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또한 발주 제한에 돌입한 바 있다.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편의점 업계는 화물차량을 동원해 하이트진로 이천·청주공장을 돌며 물량 확보에 나서기도 했다.

강성전 기자 castle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