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옥 규제가 디지털치료기기 글로벌 경쟁 발목잡는다”

20일 신의료기술평가 릴레이 세미나
1호 기기 '솜즈' 2027년 이후에나 처방
“빠른 RWD 확보 중요한데
국내는 절차 밟다 해외에 뒤쳐져”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은 20일 서울 코엑스에서 '디지털치료기기 신의료기술평가 국제 릴레이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전자신문)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은 20일 서울 코엑스에서 '디지털치료기기 신의료기술평가 국제 릴레이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전자신문)

'신의료기술 재평가'가 국내 디지털치료기기(DTx) 기업 글로벌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됐다. DTx 분야 옥상옥 규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 DTx 기업이 보건당국 허가 후 수가 논의를 거쳐 시장에 빠르게 진입하는 것과 달리 국내 기업은 중복심사로 상당 기간을 허비하게 돼 해외 경쟁사에 시장 선점 기회를 뺏기고 있다는 것이다.

20일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한 '디지털치료기기 신의료기술평가 국제 릴레이 세미나'에서는 신의료기술 재평가 프로세스를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앞서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업계 의견을 바탕으로 보건복지부에 신의료기술 재평가 프로세스를 개선해달라고 요청했다. 임상결과를 바탕으로 식약처에서 정식 품목허가를 받았는데도 사후 재평가를 위해 별도로 3차 의료기관에서 임상을 추가로 실시하고, 보건의료연구원 산하 근거창출전문위원회에서 검토받는 과정이 지나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 2월 국내 첫 디지털치료기기 1호 허가를 받은 에임메드 '솜즈'가 아직 시장에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

당초 에임메드는 올해 중 환자 대상으로 배포하고, 연말이면 1차 의료기관에서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실제 혁신의료기술실시 과정과 신의료기술 재평가 과정을 모두 거치려면 약 3~4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솜즈의 혁신의료기술실시 기간은 올해 6월 1일부터 2026년 5월 30일까지 3년간이다. 이후 신의료기술 재평가를 신청해 정식수가 등재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임진환 에임메드 대표는 “혁신의료기술실시를 2년 내로 마무리하고 신의료기술 재평가를 마치는 등 절차를 최단기간으로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아직 보건복지부 고시가 이뤄지지 않은 국내 2호 디지털치료기기인 웰트의 불면증치료제 '웰트-I'도 솜즈와 유사한 과정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웰트-I는 지난 4월 식약처 품목허가 획득 후 복지부 고시를 기다리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파산한 미국 페어세라퓨틱스에서 인수한 파이프라인 기반으로 편두통 치료제 '웰트-M'을 개발하면서 글로벌 임상을 준비하고 있다.

김주영 웰트 미국법인장은 “독일의 디지털 건강관리 앱 수가제도인 DiGA에 등재된 디지털치료기기 수는 48개인 반면 한국에는 등재된 사례가 전무해 아쉽다”고 했다. 그는 “독일의 경우 디지털치료기기로 허가받으면 바로 현장에 적용해 실제 대규모 사용 데이터(RWD)를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부와 협상해 정식 수가를 받고 해외에 진출한다”면서 “한국은 혁신의료기술 트랙을 밟아 재임상을 하고 근거창출전문위원회 중복 심사를 거치는데다 진료 과목 제한까지 있어 실제 사용 데이터를 모으기가 어려워 정식 수가를 받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분석했다. 김 법인장은 “이같은 국내 제도 기준으로 계속 연구·임상이 이뤄진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며 “한국 기업은 잠재력이 높고 개발도 빠른게 강점인 만큼 제도가 뒷받침되면 분명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주자로 올라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상윤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디지털치료기기는 그동안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기업과 함께 여러 측면을 고려하고 신속히 제도 개선을 정리하고 있다”면서 “세부 내용이나 지침은 좀 더 준비가 필요하지만 조만간 결과물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