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의 디자인싱킹Ⅱ]〈58〉호기심과 상상력의 힘(2)

김태형 교수
김태형 교수

상상력은 무언가를 생각하거나 볼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여기에는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형성하거나 미래의 가능성을 상상하는 능력도 포함된다. 인간은 '현재'와 '미래의 가능성' 사이의 무한한 틈을 메우기 위해 상상력을 사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챗GPT로 대변되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에 상상력은 어떠한 역할을 할까. 이전 기고에서 호기심의 힘에 대해 알아봤다면 이번에는 상상력이 어떻게 디자인 싱킹과 연계되는지, 실질적으로 어떻게 변화를 가져올지 살펴보자.

상상력은 디자인 싱킹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호기심이 문제를 깊이 이해하고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된다면, 상상력은 우리가 이해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이나 개념을 떠올리게 하는 등 그 이상의 무언가를 창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토론토대학교 로트만 경영대학원의 로저 마틴 명예교수는 저서(디자인 오브 비즈니스: 왜 디자인 싱킹이 미래의 경쟁력이 되는가)에서 '탐색'과 '실행'이라는 상반된 모드로 디자인 싱킹을 설명한다.

그는 디자인 싱킹이 둘 사이에서 일어나는 창의적 과정으로서, 새로운 가치와 혁신을 창출하고 미래의 경쟁력을 갖추는 데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과정은 상상력과 밀접하게 연결됐다. 상상력은 주변 환경을 탐색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하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탐색 모드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해결책을 찾기 위해 주변 환경을 분석하는 과정이다. 참여자는 호기심과 상상력을 발휘해 기존의 범주나 경계를 뛰어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할 수 있다. 실행 모드는 찾아낸 아이디어와 해결책을 실현하는 단계다. 비판적 사고와 평가를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실행하고 결과를 분석해 개선과 혁신을 추진한다. 따라서 효과적인 디자인 싱킹은 탐색과 실행 모드를 유기적으로 조화시키는 것이다.

상상력은 '현실'과 '가능성' 사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틴 교수는 이를 '지식-수용 간극'이라고 부르며, 디자인 싱킹을 통해 간극을 연결하는 것이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중요한 전략이라고 말한다. 이 관점에서 볼 때 상상력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이를 구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미 AI는 기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고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미래의 가능성을 예측한다. 예술, 음악, 디자인 분야에서도 창의적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이에 따라 AI의 창의성, 즉 '인공의 창의성'이 인간의 창의성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놀라움과 불안이 함께 나온다.

그러나 마틴 교수가 말한 '간극'의 개념과 같이 인간과 AI의 창의성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AI의 창의성은 주로 과거의 데이터와 패턴을 기반으로 작동하지만, 인간의 창의성은 호기심과 상상력으로 다양한 개념을 연결하며 미지의 영역을 탐색하고 미래 가능성을 탐구한다. 이를 끌어내는 도구이자 접근 방식 중 하나가 디자인 싱킹이다.

AI 시대에 우리가 가진 힘은 바로 “왜”라는 질문을 통해 또 다른 생각이나 개념을 발견하는 창조자로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세상은 우리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통해 가능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오늘도 '현실'과 미래의 '가능성' 사이의 틈을 함께 메워보자. 이것이 바로 디자인 싱킹의 진정한 힘이며, 우리가 추구하는 미래다.

김태형 단국대 교수(SW디자인융합센터장) kimtoja@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