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인 미디어]색 바뀌는 앰버…엘리멘탈 속 '불꽃반응'

영화 엘리멘탈 포스터
영화 엘리멘탈 포스터

“내가 그랬지. 넌 특별하다니까. 네 빛이 일렁일 때가 좋아.”

영화 속 엘리멘트 시티는 서로 다른 성질을 지닌 물과 불, 흙과 공기 4개 원소가 함께 살아가는 도시다. 원소들은 서로에게 무지하고 섞이지 않은 채 살아가지만 이곳에도 사랑이 피어난다. 불의 모습을 한 여주인공 앰버와 물 특성을 지닌 남주인공 웨이드는 운명적으로 만나 사랑에 빠지고 비밀스러운 데이트를 즐긴다.

영화 전반을 아우르는 따뜻한 감성과 가족애 속에 과학의 비밀이 숨겨있다. 웨이드와 함께한 첫 외출에 신이 난 앰버가 미네랄 위를 빠르게 내달리자 발걸음에 따라 형형색색 바뀌는 불꽃. 비록 영화적 상상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과학적 원리가 담겼다.

불꽃을 형상화한 주인공 앰버가 광물을 밟을 때마다 다양한 색을 내는 것은 금속원소의 불꽃반응 때문이다. 원소 구별 방법으로도 사용되는 불꽃반응은 금속 시료를 불꽃에 넣었을 때 금속 원소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색깔의 빛을 방출하는 반응이다. 금속원소는 불에 탈 때 각각 고유색을 가지고 있다. 예컨대 리튬(Li)은 붉은색, 나트륨(Na)은 노란색, 구리(Cu)는 청록색이다.

금속 원소의 전자는 에너지를 얻어 높은 에너지 준위로 이동했다가 낮은 에너지 준위로 내려오면서 특정한 파장의 빛을 방출한다. 방출되는 에너지의 양에 따라 불꽃의 색깔이 바뀐다. 원소마다 에너지의 차이가 다르기 때문에 불꽃 색도 다르다. 특정 원소가 불꽃에서 특별한 색을 만들어 내는 과학 현상을 영화 엘리멘탈에서는 색 바뀌는 앰버의 모습으로 구현했다.

원소의 불꽃반응을 이용한 대표적 사례는 불꽃놀이다. 불꽃놀이에 사용하는 폭죽을 '연화'라고 부른다. 연화가 일정한 높이에 도달한 뒤 화약이 폭발하면서 아름다운 불꽃을 쏟아낸다. 연화 속 화약과 함께 채워진 불꽃별(星)에 어떤 금속 성분을 넣느냐에 따라 하늘을 수놓는 불꽃색이 달라진다. 노란 불꽃을 내고 싶으면 나트륨을, 빨간 불꽃을 내려면 스트론튬을 연소시키면 된다.

빛의 색이 온도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색온도 변화 역시 재밌는 상상력으로 묘사된다. 불꽃은 표면온도가 낮을 때는 적색이지만 온도가 섭씨 1650도 이상으로 높아지면 푸른색으로 보인다. 이는 불꽃이 완전연소에 가까울수록 푸른빛을 띠기 때문이다. 불꽃과 산소와 충분히 섞이면 연료가 끝까지 타는 완전연소가 일어난다. 영화 속에서도 앰버의 평소 모습은 붉은색이지만 화가 나면 푸른 불꽃으로 변한다. 불이 빨간색부터 노랑색, 흰색, 파랑색 순으로 뜨거워지는 것처럼 앰버 역시 순간 기분과 상태에 따라 몸의 색이 순서대로 바뀐다.

접촉한 광물에 따라 달라지는 앰버의 불꽃처럼 흥미로운 과학적 원리가 담긴 엘리멘탈은 올 여름 최고의 반전 작품으로 꼽힌다. 뒷심을 발휘하며 개봉 8주차 만에 누적 관객수 600만을 돌파, 올해 최고 흥행 외화로 떠올랐다. 2019년 겨울왕국2 이후 애니메이션 중 가장 높은 성과다. 한국에서 개봉한 역대 픽사 애니메이션 중 최고의 흥행작이라는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