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채의 센스메이킹]〈19〉 브레인스토밍으로는 부족하다

손병채 ROC(Reason of creativity) 대표
손병채 ROC(Reason of creativity) 대표

웹사이트 트래픽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밀러웹에 따르면 챗GPT로 세상을 흔든 오픈 AI의 트래픽이 지난 5월부터 매달 10.35%씩 줄어들고 있음이 확인된다. 처음에는 신기하고 재미있어 전 세계인들의 관심과 시간을 끌어당겼으나 삶에서 받아들여지는 필수적인 역할이 확실해지지 않는 한 빠르게 잊힐 수도 있는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케 하는 현상이다. 물론 기존의 18억이라는 거대한 트래픽 수치로부터의 감소, 생성 AI라는 시대적 패러다임의 흐름 등을 고려하면 이는 앞으로도 큰 이슈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서비스라 하더라도 사용자 삶과의 관련성(Relevance)이 성공을 좌우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음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바라보는 누군가의 사업은 해당 창업자에게는 지극히 사적인 영역에서의 선택과 헌신의 영역에 있다. 일례로 최근 트위터의 사명을 X로 변경한 일론 머스크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으나 자신은 X라는 글자가 맘에 든다는 글을 공개하며 트위터의 상징인 파란 새를 새장 밖으로 날려버리는 결정을 내렸다. 1999년 그가 창업한 X.com에서 시작된 그의 X에 대한 사랑은 본격적인 성공을 안겨준 페이팔로의 합병 과정에서도 X페이팔이라는 사명에의 주장으로 이어졌고, 이후의 스페이스 X, 테슬라에 이어 슈퍼앱 X로의 비전에까지 닿아있다.

중요한 건 창업자와 마찬가지로 사용자들의 서비스 사용 경험의 시작 또한 지극히 개인적인 관심과 필요에 기반한다는 사실이다. 어머니들의 장보기와 요리는 가족을 위한 헌신과 사랑의 실천이자 표현이며, 가정 내 다양한 스마트 기기 중 고기를 구울 때 사용하는 가장 작고 저렴한 스마트 온도계를 최고로 꼽는 초보 가장의 선택은 주변 사람들과의 따뜻한 관계와 닿아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제품 및 서비스와 사용자 간의 상호 관련 여부에 대한 기업의 관심은 매우 제한적이며 지속적이지 못하다. 초반 제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이후의 마케팅 활동을 위한 회의에까지 이어지는 질문은 대부분 '어떤 아이디어가 적절한가'에 맞춰진다.

'Look'의 저자 크리스티안 마두스베르그는 20년의 컨설팅 경력을 통틀어 매번 클라이언트 기업들의 혁신을 이끌고 위기를 극복하게 한 건 아이디어가 아닌 통찰력이었음을 명확히 했다. 그리고 이 통찰력은 우리 앞에 보이는 전경과 그 뒤에서 작용하는 배경 모두를 관찰해야 파악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각 분야에서 고도로 숙련된 전문가들이 모인 기업들이 실제로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 중요한지 분별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며 관찰은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유일하고 느린 기술이라 주장한다.

빅데이터와 수많은 통계가 쏟아져 나오며 우리는 소비자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듣게 된다. 기업의 리더들은 수많은 미시적, 거시적 의사 결정을 내리기 위해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기록된 대규모 데이터 세트를 확인하지만, 그 안에 기록되지 않는 것에는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 아무도 질문하지 않는다. 누가 참석했는지 확인할 때 누가 왜 오지 않았는지, 한 사람이 발언할 때 누가 왜 침묵을 지키기로 결정했는지, 새로운 트렌드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들이 이야기하지 않는 것은 무엇인지 질문하지 않는다.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드러나고 확인 가능한 변화만을 논의하는 건 그래서 단기적인 성과와 더 이상 깊어지지 못하는 관련성의 벽을 만든다. 때문에 이 아이디어 어때요?라는 질문은 종종 답하기 어렵다. 인류학 분야에서 논의되는 인간 창의력의 존재 이유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다. 만약 현재 당신이라는 사람이 제품,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를 논하고 있다면, 그 너머에 있는 다른 사람들의 배경에까지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보는 걸 제언해 본다.

ryan@reasonofcreativit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