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의 디자인싱킹Ⅱ]〈60〉알려지지 않은 디자인 싱킹의 챔피언, 테스트(1)

김태형 교수
김태형 교수

“테스트는 실패로 이어지고, 실패는 이해로 이어진다.”

1986년 연료 보급 없이 세계 일주를 한 최초의 비행기인 '보이저'와 세계 첫 민간 우주선 '스페이스쉽원'을 개발하는 등 수십년 간 민간의 항공우주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항공기 설계 엔지니어이자 기업가인 버트 루탄의 말이다.

루탄은 진정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실패를 이해하고 이를 통해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혁신'의 결과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시대에 아이디어를 검증하고 올바른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테스트의 가치는 종종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테스트는 기술이나 능력을 평가하고 검사하는 시험의 개념과 가설이나 이론을 검증하기 위해 다양한 조건에서 실시하는 실험의 개념을 모두 의미한다. 이는 연금술 과정에서 사용하는 토기 냄비를 가리키는 라틴어 'Testum'에서 파생된 고대 프랑스어 'Test'에서 유래했다. 여기에 테스트의 본질인 가치와 잠재력을 검증하는 과정이 잘 드러나 있다. 아이디어는 아직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상태로, 진정한 가치를 드러내고 품질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여러 번 '열'을 가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따라서 테스트는 단순히 뛰어난 능력을 검증하는 것뿐만 아니라 '모르는 것을 탐구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이 과정은 오늘날 테스트의 주요 목적인 '어떤 것의 무결성을 검증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이 개념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과학 이론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데이터를 수집 관찰해 데이터가 가설을 뒷받침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믿었다. 이러한 그의 과학 이론은 오늘날까지 새로운 이론을 개발하기 위한 경험적 탐구 개념에서 공학, 의학, 비즈니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중요해진 시대에 디자인 싱킹 프레임워크에서 테스트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여기서 테스트는 모든 선행 단계에 중요한 '검증 메커니즘'으로, 전체 과정의 체크포인트 역할을 한다.

디자인 싱킹은 과학적 방법을 현대의 혁신에 응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가설의 결과물인 프로토타입을 끊임없이 테스트하며 실제 사용자에게 유용하고 가치 있는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는지 미세하게 조정하도록 돕는다. 사람들은 반복되는 시행착오와 실패라는 개념 때문에 두려워하지만, 바로 그 지점에 혁신이 숨어 있다. 이는 단순히 일련의 테스트를 거쳐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놓쳤던 부분을 되돌아보고 그로부터 배우고 통찰력을 얻으며 지속적인 학습 문화를 만들어 내는 기회다. 이러한 시행착오의 축적을 통해 끊임없는 학습의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스포츠 경기에서 진정한 MVP는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리는 선수가 아니라 경기를 가장 잘 이해하는 선수다. 마찬가지로 혁신의 맥락에서 '게임'을 이해하는 것은 빠른 승리를 거두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따라서 테스트는 아이디어를 검증하고 도전하는 방식이자, 우리의 가설이 혁신적일 뿐만 아니라 효과적이고 책임감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진정한 실험장이자 전략적 무대다.

치열한 혁신의 장에서 성공은 눈부신 아이디어가 아니라 무자비한 테스트 과정을 거쳐 살아남은 아이디어이다. 오늘도 꿈을 향한 또 다른 테스트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나의 아이디어가 '실제 적용'이라는 현실의 실험실과 맞닥뜨리는 오늘을 즐겨보자.

김태형 단국대 교수(SW디자인융합센터장) kimtoja@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