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스라엘 보안 육성 모델 '한국형 8200부대' 창설하자

이강만 파수 부사장
이강만 파수 부사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정보보호산업의 국제 경쟁력 확보 전략'을 발표했다. 2027년까지 사이버보안 펀드 조성 등 총 1조 1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30조 원 시장 규모로 정보보호산업을 육성한다는 원대한 계획이다.

'보안 패러다임 전환 주도권 확보·신시장 창출', '글로벌 공략을 위한 단단한 산업 생태계 확충' 등 구체적 추진전략도 마련됐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민·관·군 협력을 통한 정보보호 전문 인력양성' 중에서도 '사이버 탈피오트(Talpiot) 지원강화' 내용이다. 탈피오트는 이스라엘 정부가 전국 우수 고교 졸업생을 선발해 40개월 동안 물리학, 수학, 컴퓨터공학 등 학문교육과 기초군사훈련, 전술훈련 등을 거쳐 학사학위와 장교계급을 부여하고 이후 6년간 다양한 분야에서 군 복무를 하는 프로그램이다.

코딩이 가능한 수십 만명 육성 정책도 필요하지만, 핵심 인재 한 명이 단기간 내 수천 혹은 수만 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산업 패러다임 아래에선 혁신적 아이디어와 기술로 스타트업을 설립해 일자리를 만들고 비즈니스를 키우는 핵심 인력이 더 절실하다. 이런 핵심 인재 육성을 위해 군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과기정통부도 이런 맥락에서 사이버 탈피오트 계획을 세운 모양이다.

그런데 글로벌 사이버 보안 산업 주도하는 이스라엘을 벤치마킹하자면, 탈피오트 외에 주목할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이스라엘 방위군 산하 특수 프로그램 '유닛 8200', 즉 '8200부대'다. 8200부대는 통신 첩보 수집, 암호해독, 사이버 전쟁을 수행하는 이스라엘 첩보부대다. 이스라엘과 미국이 함께 펼쳤던 이란 핵시설 무력화 작전도 8200부대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자가 5월 이스라엘 '팀8' 본사를 방문했을 때 8200부대가 이스라엘 사이버 보안 산업 발전에 얼마나 큰 공헌을 했는지 상세히 듣는 기회가 있었다. 팀8은 8200부대 출신이 설립한 기업이다.

8200부대원은 전국 고교 졸업생 중 학업성적과 학교추천 등을 기반으로 예비 선발된 학생들을 대상으로 분석력, 언어능력, 리더십, 컴퓨팅 등 관련 능력 시험을 실시해 선발한다. 특히, 사이버 공격 대응에 결정적 요소인 새로운 역량을 빨리 습득하는 역량을 집중적으로 본다.

이처럼 엄격한 절차를 통해 선발된 정예 인원들은 8200부대에 입대해 최소 3년 동안 첩보 업무 특히, 사이버 전쟁에 투입돼 실전 경험을 쌓는다. 한국도 남북대치 상황이긴 하지만 이스라엘은 우리보다 다양한 형태의 전쟁을 치루고 있다. 세계 최고의 그리고 최신 기술로 갖추고 매일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실전 경험을 쌓은 이들은 전역 후 사이버 보안 스타트업을 설립한다. 세계 투자자본이 이들에게 투자 못해 안달이 날 정도로 실전 경험을 보유한 8200부대 출신이 설립하는 스타트업은 성공 가능성도 매우 높다. 실제 글로벌 사이버보안 기업인 체크포인트, 사이버아크, 팔로알토네트웍스 등 설립자는 모두 8200부대 출신이다

지금 우리 청년이 대부분 의대 진학 꿈을 꾸지만 사이버 공간에서 크래커를 물리치기 위해 젊음을 투자하고 싶은 청년도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정부는 청년에게 사이버 보안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병역 의무를 해결하면서 제대로 된 교육과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미래가 보장된 길이 있다면 이 길을 걸어갈 많은 인재가 등장할 것이다.

우리도 사이버보안 산업 발전을 이끌 핵심 인재를 배출하는 '한국형 8200부대' 프로그램을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 해킹 강국 북한과 대치하는 대한민국으로서는 국가안보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바로 며칠 전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이스라엘인 보안 전문가한테 들은 얘기가 있다. “8200부대 출신이 싱가포르에서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라는 내용이다. 우리도 빨리 움직여야 한다.

이강만 파수 부사장 kmlee@fas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