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채의 센스메이킹]〈20〉명확한 기업 투자를 위해 필요한 것

손병채 ROC(Reason of creativity) 대표
손병채 ROC(Reason of creativity) 대표

세계적인 공유 오피스 기업 위워크가 파산 위기를 맞이했다. 한때 62조에 달하는 기업가치로 평가받던 회사는 비전과 전략에의 접점을 찾기 어렵다는 이유로 임원들이 연달아 떠난 뒤 최근 파산 전문가들을 영입했다고 한다. 놀라운 건 위워크가 실적 공개 이후 8년 동안 계속해서 적자를 유지했고 이 배경에는 테크 기업이라는 자기 확신일 뿐인 기존 부동산 임대업과 다르지 않은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가 놓여있다는 점이다.

The Cult of We의 저자인 엘리엇 브라운(Eliot Brown)은 와이어드(Wired)와 인터뷰에서 위워크가 스타트업 투자의 문화적 감각을 대표하는 위험한 사례라 정리한 바 있다. 그는 부실하게 운영되는 부동산 회사의 속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0년 넘게 위워크가 투자자들을 설득해 올 수 있었던 건 그들의 고속 성장 기술 스타트업의 속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고 지적한다. 2016년부터 위워크에의 투자를 해 온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결국 해당 투자가 어리석은 결정이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실질적 사업적 성과가 확인되기 전, 확장을 위한 추가 투자에 대한 요청 앞에 이들 투자자들이 놓친 것은 무엇이었을까? 새로운 가치 제안이 시장에서의 선점을 확보하기를 기대할 때 미처 보지 못한 것은 무엇이었을지 질문이 필요한 부분이다. 투자를 요청하는 피칭덱 내에서 투자자들이 확인할 수 있는 가치 구조는 많은 경우 Unmet needs에 기반한다. 미충족 수요의 개념은 현재를 기준으로 타깃 시장의 결핍을 찾는 걸 목표로 하는, 지난 20년간 비즈니스 세계를 점령하다시피 해 온 디자인 사고의 접근 방식과 닿아있다. 하지만 투자는 기본적으로 내일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디자인 사고의 연구 단계에서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치가 소비자와의 상호작용에 있다고 가정하는 경향이 있다. 인사이트와 깨달음의 순간이 현재 관찰 가능한 상호작용의 세계에 기반할 것이라 가정하나 사람들은 역사, 기억, 사회적 특성, 기호, 상징, 지표 등에 따라 경험의 방법들이 훨씬 다 양하다. 무엇보다 사람들은 이를 통해 집단적으로 제품과 서비스에 가치를 부여한다. 이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가치가 있는가를 확인하기 위해서 더 많은 범위의 인간 경험의 세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미충족 수요를 확인하기 위해 사용자에게만 집중하면 큰 성공을 거둘 확률이 높다는 광범위한 믿음은 오히려 기회를 보지 못하게 만든다. 인간을 완료해야 할 과제나 해야 할 일이 있는 사용자로 축소하는 이 단순한 집중은 사람들이 해당 제품과 서비스를 경험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더 큰 사회 문화적 현실에서의 노력을 가려 버리기 때문에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

Unmet needs를 찾는 관점과 Overmet needs를 찾는 관점의 차이
Unmet needs를 찾는 관점과 Overmet needs를 찾는 관점의 차이

모든 혁신은 사회적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관한 것이다. 때문에 가치를 확인하고 결정할 때 더 신중해야 한다. 현재의 단순한 상호작용의 거래 모델은 가능한 미래에 대한 예측을 거의 제공하지 못한다. 그리고 이는 저평가된 기업이나 초기 기회를 찾는 투자자에게 특히 문제가 된다. 이들에게 변화에 대한 이해 없이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 아는 것은 두려운 일일 뿐이다.

때문에 새롭고 혁신적인 가치 제안의 발견에 머물던 기존의 관점에 몇 가지 변화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프로세스의 힘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비즈니스 스쿨과 업계에서 당연시되는 공감, 정의, 아이디어 도출, 프로토타입 제작, 모델 테스트 등의 구조화는 각 개념 별 구분을 명확히 하고 진행에 대한 실질적인 토대를 제공한다. 하지만 세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기존 패러다임을 따르기 위해 너무 이른 단계에서 구체적인 형태로 만들 것을 강요하면 잘못된 투자의 시작이 될 수 있다.

둘째, 익숙한 것을 새롭게 볼 필요가 있다. 이미 시장에서 아무도 질문을 던지지 않는 업계의 가치가 변화된 사람들의 세계에서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지, 혹은 사라진 건 아닌지 살펴보는 것으로 새로운 투자의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자동차 모델 별 적재 용량과 엔진 성능 혁신에 대한 관심에서 사용자들이 실생활에서 자동차를 사용하는 양상들을 이해함으로 인해 새로운 카테고리를 개발하는 등의 Overmet needs 식별을 통해 새로운 가치 제안을 만들 수도 있다.

정리하면 현재 일어나고 있고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가치 창출의 역학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 시장 조사에의 투자 대신 사람들이 삶을 살아가는 모든 사적, 공적, 사회적, 문화적 방식에 대한 깊은 이해를 추구해야 한다.



손병채 ROC(Reason of creativity)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