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41주년 특집] 고른 인재 양성, R&D 사업 확대도 시급

지난 5월 이주호 부총리(가운데)와 최교진 세종시 교육감(오른쪽)이 세종시 한 초등학교에서 정승호 강사(왼쪽)가 진행하는 디지털새싹캠프에 참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교육부
지난 5월 이주호 부총리(가운데)와 최교진 세종시 교육감(오른쪽)이 세종시 한 초등학교에서 정승호 강사(왼쪽)가 진행하는 디지털새싹캠프에 참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교육부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교육 분야에서 가장 처음 발표했던 국정과제는 디지털 100만 인재 양성이다. 당시 소프트웨어(SW) 개발자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등 산업변화도 한몫했다. 최고 수준 고급 인력 양성 뿐만 아니라 초중등 정보 수업을 두배로 늘리는 등 디지털 저변을 확대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1년여가 지난 지금 디지털 인재 양성을 위한 정책은 냉온탕을 오가고 있다. 디지털 새싹 캠프는 초등학생들의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프로그램을 연장하는 것은 물론 대폭 확대하고 있다. 고급 인력 양성을 위한 최정점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연구개발(R&D)'은 예산 삭감 기조에 따라 최대 위기를 맞았다. 그러면서도 정부의 각종 신산업 육성 정책에 단골메뉴처럼 디지털 인재양성 방안이 덩달아 포함되고 있어 체계적인 인재양성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교육부는 내년도 대학 재정 지원을 늘렸다.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에 전년 대비 5조4794억원(58.4%) 늘어난 14조8567억원을 편성했다. 국가장학금 사업(4조6877억원)과 학자금 대출지원(3607억원)이 이 특별회계로 이관됐기 때문으로, 실제 대학 지원에 쓰일 돈은 5912억원이 늘었다. 이 예산이 모두 디지털 인재양성에 쓰이는 것은 아니지만 라이즈나 글로컬 대학 등 신규 사업의 상당수가 4차산업혁명에 대응하는 학과 개편이나 첨단기술 학과 지원과 맞물려있어 디지털 인재 양성에 상당히 높은 비중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기대된다.

신산업에 맞춘 인재 양성을 위해 대학 4대 요건인 교원 관련 규제도 완화했다. 겸임·초빙교원 활용 가능 비율을 5분의 1에서 3분의 1까지 확대했다. 일반대학의 다양한 강좌를 개설하고 산업계 등의 우수 전문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최용하 교육부 대학경영지원과장은 “전임교원은 산업 트렌드에 맞는 새로운 커리큘럼을 즉각 제공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산업계 전문 인력을 겸임·초빙 교원으로 적극 채용할 수 있도록 개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대비해 R&D 예산의 대폭 축소로 최고 수준의 고급 인력 양성에는 제동이 걸릴 것으로 우려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전체 R&D 예산은 줄어도 전략기술과 인재양성 만큼에 더욱 집중한다고 설명했지만, R&D 사업 자체가 인재양성의 최정점에 있는 핵심 사업인 만큼 사업 축소에 따른 악영향은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인재양성 방안도 트렌드에 맞는 특정 분야 집중 경향도 고른 인재양성 쪽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산업의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정부의 인재양성이 추진되고 있지만, 그보다 종합적인 공학 인재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일례로 '반도체 학과'를 만들기 보다 관련 학과에 반도체를 활용한 커리큘럼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공학교육학과를 만들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임윤묵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미국에서는 수년전부터 공학교육학과 제도를 시도해 왔다”면서 “트렌드 따라 너무 작은 분야로 세분화하기 보다 공학교육 전반에 걸쳐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보경 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