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 똑똑하게 뭉치자” 연합전선 새 판 짜는 K제약바이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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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신약개발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분산형 연합학습모델을 활용하고, 기업 간 교류를 추진하는 등 기존과 다른 시도에 나선다. 그동안 기업들이 독자적으로 신약을 개발했다면 앞으로는 참여 기업 간 데이터를 공동 활용하고 시너지를 내는 연합 시도가 늘어날 전망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인공지능(AI) 기반 분산형 연합학습모델을 이용해 제약사와 공공기관이 보유한 내부 데이터를 공동 활용하는 'K멜로디 프로젝트'가 정부 예산안에 편성됐다.

K멜로디 프로젝트는 5년 동안 실시하는 것으로, 내년 정부 예산안 약 20억원이 국회 최종 승인을 앞뒀다. 최근 정부 연구개발(R&D) 과제가 대폭 줄어드는 상황 속에서 신규 연구개발 과제로 추진하는 것이어서 업계 관심이 높다.

K멜로디 프로젝트에는 사전에 22개 제약사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 각 기업이 보유한 내부 데이터를 외부로 유출하지 않으면서도 참여 기업·기관 데이터를 활용해 신약개발 데이터를 실증·실용화할 수 있게 된다.

업계는 K멜로디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AI를 이용한 신약개발에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I·데이터를 자체 활용할 여력이 부족한 기업이 많은데 이같은 공통 연합학습 플랫폼을 이용하면 초기 구축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민간이 공통으로 플랫폼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초기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데이터 외부 반출이 없어 보안성을 높이는 분산형 연합학습 구조를 채택한 것도 업계 신뢰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입주한 바이오 기업이 뭉친 '문정바이오CEO포럼'이 지난 21일 발족했다. 지아이이노베이션 본사에서 열린 발족식에 각사 대표들이 참석했다. (사진=전자신문)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입주한 바이오 기업이 뭉친 '문정바이오CEO포럼'이 지난 21일 발족했다. 지아이이노베이션 본사에서 열린 발족식에 각사 대표들이 참석했다. (사진=전자신문)

바이오 업계에서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기술 교류 수위를 높이는 시도가 시작됐다. 국내 50여개 바이오 기업이 입주하면서 형성된 서울 문정 바이오 클러스터가 중심이다.

지난 21일 문정동에 입주한 바이오 기업 최고경영책임자(CEO)들이 모인 '문정바이오CEO포럼'이 발족했다. 지아이이노베이션 이병건 회장이 초기 모임을 주도했다. 발족식에는 20여개 기업이 참여했다. 멥스젠, 싸이토젠, 에임드바이오, 에이피트바이오 등 주요 바이오 기업을 비롯해 동구바이오제약 등 제약사도 현장에 참석했다.

문정바이오CEO포럼은 이 지역 기업이 보유한 기술 현황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그동안 기업이 각자 기술을 개발하고 필요 시 다른 기업과 협력을 모색했다면 포럼을 주축으로 서로의 사업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해 사업 시너지를 높이는 시도를 한다. 각 바이오 기업 모달리티가 다양한 만큼 새로운 기술개발·사업화 아이디어를 시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병건 지아이이노베이션 회장은 “개별 바이오 기업들이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개발해도 결국 글로벌 제약사 의약품 병행요법이 대부분이어서 해외 기업만 유리해지는 상황”이라며 “국내 바이오 기업 간 기술협력 수위를 높여 신약개발 경쟁력과 사업 구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정바이오CEO포럼은 앞으로 정기 교류회를 열고 기업 간 스킨십을 높여 실질적인 기술개발 시너지 확대를 모색한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