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변호사의 디지털 창세기]〈36〉사이버보안 없는 스마트도시는 지옥이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혁신과 공존의 신세계 디지털' 저자)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혁신과 공존의 신세계 디지털' 저자)

강아지를 기르고 있다. 방문을 열었는 데 소변을 보다가 나를 째려본다. 내가 화장실에 있을 때에 누군가 문을 확 열어젖힌다면 어떨까. 2021년 전국 638개 아파트의 홈네트워크 제어장치가 해킹됐다. 몰래 촬영된 집 내부의 사진, 영상 등이 유출·판매됐다. 안방조차 안전지대가 아니다. 강아지 신세가 될까 두렵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도시 경쟁력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스마트도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건설, 기술을 융합, 연결해 기반시설을 만들고 지속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인프라부족, 교통혼잡, 에너지낭비, 환경오염, 범죄와 재난을 도시에 첨단기술을 적용해 해결한다. 정보통신으로 촘촘히 연결되므로 사이버 보안 위협과 침해를 막아야 한다.

스마트도시의 배경은 데이터, 인공지능 사회다. 산업사회 미덕은 좋은 품질의 물건을 많이 생산해 공급하는 것이다. 수요가 떨어지며 재고가 넘치고 허위과장광고가 늘었다. 규제를 받고선 데이터를 활용했다. 고객 니즈를 파악해 원하는 상품을 원하는 수량과 방식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안전하고 품질이 확립된 상품은 플랫폼이 연결한다. 더 이상 팔 것이 없을 때 무엇을 팔 것인가. 시장은 성장하지 않으면 부작용이 생긴다. 처음엔 오프라인에서 팔던 것을 온라인, 모바일, 메타버스에서도 판다. 게임아이템, 아바타가 입는 가상 의류와 가방, 블록체인기술로 위변조를 막은 디지털자산 NFT 등 온라인, 모바일, 메타버스에서만 쓸 수 있는 상품이 많이 나와야 한다. 생활필수품이 되어 실물경제 영역에 들어와야 한다. 스마트도시는 생활의 편리를 가져오는 행정도시에 그칠 수 없다. 오프라인보다 상거래가 더욱 왕성하게 이뤄지는 공간이어야 한다. 그래야 스마트도시가 성공한다.

스마트도시의 고민을 보자. 전통을 훼손하진 않는가. 한옥마을, 옛길, 개천을 찾는 시민들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 개별도시의 개성과 연결, 도시와 농어촌의 조화, 지역 칸막이 제거 등 다양한 가치를 녹여내야 한다. 스마트도시가 국민의 창의력, 융통성, 자율성, 개방성을 줄이지 않는가. 스마트도시는 집안까지 연결하여 생활이 편리하지만 국민을 수동적으로 만들 위험이 있다. 현대인은 자기 분야 말고는 아는 것이 없다. 데이터, 인공지능이 모든 것을 대신하는 사회에서 개인은 나약하다. 일자리가 줄어든다. 그래선 안된다. 개인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생활혁신과 생계를 꾸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도시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국민의 데이터를 광범위하게 수집, 이용, 관리하는 것은 문제가 없는가. 스마트도시가 '빅브라더'가 되지 않도록 구축, 운영에 민간 참여와 통제가 중요하다.

마지막이다. 스마트도시가 사이버 위협을 높이지 않는가. 도시가 정보통신에 연결되면 당연히 사이버 위협이 증가한다. 사이버 안보, 지능적인 보이스피싱 등 재산권, 사생활 침해, 보복범죄 등 다양한 범죄위험이 도사린다. 사이버 위협은 도시를 넘어 국가를 마비시킬 위험이 있다. 국가안보와도 직결된다. 막아야 한다.

그림작가 이소연 作
그림작가 이소연 作

어떻게 해야 할까. 사이버보안 침해는 대부분 관리권한을 해킹해 일어난다. PC, 스마트폰 등 네트워크에 연결된 말단 장치에는 관리권한을 줄여야 한다. 원격접속을 통해 일을 많이 한다. 해킹 경로가 되므로 원격접속 관리권한을 최소화해야 한다. 관제센터를 통한 원격접속 모니터링을 철저히 해야 한다. 침해기술은 진화하므로 사이버보안 인프라를 처음부터 탄탄하게 구축해야 한다.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중요하다. 정부, 기업 역량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민간 전문가, 이용자 참여와 그 피드백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정부, 지방자치단체, 참여기업, 전문가, 일반 국민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여 의사 결정하는 책임체계로서 사이버보안 거버넌스를 확립해야 한다. '스마트 보안' 없는 스마트도시는 국가를 망친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혁신과 공존의 신세계 디지털'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