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AI반도체 기술력, 10개국 평균 이하…정부 주도 육성책 절실”

우리나라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술 경쟁력이 글로벌 국가들과 비교해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아직까지 절대 강자가 없는 시장인 만큼, 산업 주도권을 잡기 위해선 정부의 전폭적인 육성책과 규제 철폐 필요성도 제기됐다. 또 공공분야를 초거대 AI 활용 무대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시됐다.

25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2에서 진행된 '초거대 AI시대의 대한민국 그리고 AI반도체 전쟁'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AI' 모양의 손짓으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5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2에서 진행된 '초거대 AI시대의 대한민국 그리고 AI반도체 전쟁'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AI' 모양의 손짓으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5일 김진우 카이스트 기술경영학부 교수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초거대 AI 시대의 대한민국 그리고 AI 반도체 전쟁' 토론회에서 “우리나라는 프로세스인메모리(PIM) 분야에서 선두지만, AI 반도체 전체기술력으로 보면 현실적으로 그렇게 큰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기술 발명 규모는 3위에 들지만 1, 2위와 격차가 상당히 크고, 전체 기술력으로 보면 10개국의 평균에도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의 기술 혁신 경쟁력은 양적인 규모 보다 질적인 수준에 따라 판가름이 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또 “강력한 기술 혁신 생태계를 가진 국가가 전세계 우수 인재와 기업, 자본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는 추세”라며 “AI반도체와 같은 딥테크의 지속적인 기술 혁신을 위해서는 기초 과학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I 반도체 기술 개발의 핵심인 '글로벌 산학 협력'에 대한 미흡함도 지적했다. 그는 “인텔은 현재 약 100여개 기업·연구소·대학과 협력하며 '뉴로모픽 반도체' 예비적용과 최적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여기에 우리나라 대학은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윤영찬·변재일(더불어민주당), 박대수(국민의힘)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지난 5월 진행한 'AI주권 토론회'의 후속으로, AI 분야 다양한 기업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마련됐다.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초거대 AI 시대의 대한민국 그리고 AI 반도체 전쟁' 토론회 모습.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초거대 AI 시대의 대한민국 그리고 AI 반도체 전쟁' 토론회 모습.

윤영찬 의원은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세계 주요국들은 반도체를 국가 안보 자산으로 인식하고 국가적 차원의 정책과 체계적이 지원에 나서고 있다”며 “특히 앞으로 AI 반도체가 반도체 시장은 물론, 모바일, 자동차 등 여러 시장의 판을 주도하는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우리나라도 국가 차원의 경쟁력을 갖춰나가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변재일 의원도 “AI 반도체를 선점하기 위한 세계 주요국들의 기술패권 경쟁이 날로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초거대 AI 주도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도록 글로벌 연구개발 협력, 스타트업, 육성, 산학연 공동 연구 지원 등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정책들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이 좌장을 맡았다. 네이버, 카카오, 리벨리온, 퓨리오사AI, 사피온 등 국내 AI 반도체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들과 뤼튼테크놀로지, 꿈많은청년들 등 AI 서비스 개발에 뛰어든 스타트업계 전문가들이 토론자로 나나섰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AI 반도체 전쟁은 피할수 없는 전쟁인데다 냉혹함이 있다. 심지어 긴 전쟁도 아닌 5년 안쪽으로 승부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100가지 안되는 이유가 있더라도 1개의 되는 이유를 가지고 도전에 임해야 하는 시장인 만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백준호 퓨리오사 대표는 “반도체 기반 기술을 갖추고 가장 경쟁력 있게 생산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과 중국, 그리고 우리나라 밖에 없다고 본다”며 “다양한 반도체 영역이 있긴 하지만 초거대 생선 모델을 둘러싸고 결쟁이 치열해 지는 상황에서 결국 AI는 인프라 산업이 될 것이기 때문에 이 분야에 모두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류수정 사피온코리아 대표는 “글로벌 기업과 굉장히 어려운 싸움을 해야 하는데, 이 싸움을 할 기회를 만드는 것이 정부의 실증사업”이라며 “하지만 실증사업의 규모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 지속적으로 산업이 힘을 받을 수 있도록 생태계 만들고, 이를 확대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정우 네이버 AI랩 센터장도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가 시장이 되어 주는 게 베스트”라며 “공공영역에서 먼저 초거대 AI를 활용해서 사회 문제 해결해 나가면 관련 경험을 바탕으로 민간 시장 장출로 연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년 공공 수요 연계 초거대 AI 활용 예산이 110억원으로 잡혔는데, 모델 활용 뿐 아니라 데이터 구축, 가골, 애플리케이션 개발까지 고려하면 대규모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규제와 관련해 “'게임의 룰'을 만들어서 혁신과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 기술 규제의 본질이 되어야 한다”며 “글로벌 기업이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하다보니 규제가 과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형래 카카오브레인 부사장도 “오래전에 만들어졌던 규제들을 다시 재정비해야 한다”며 “관련 업계와 함께 논의해서 개선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