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385〉기능염이 만드는 역주행

경쟁력(Competitiveness). 라틴어 콤페테레(competere)에서 유래되었다는 이 단어의 원래 뜻은 “함께 모이다”나 “함께 노력하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실상 이 개념의 근저는 그리 녹록치 만은 않은데, 고대 그리스와 로마 철학, 나아가 중세 경제학자들의 저술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현대에도 알프레드 마샬, 조지프 슘페터 뿐 아니라 마이클 포터 같은 학자도 이 주제를 다루었다. 그런 만큼 보편적 정의를 정하기는 쉽지 않지만 보통 기업, 산업 또는 국가가 시장이나 경제에서 성공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쓰인다.

혁신이란 무엇일까. 이것을 따져가다 보면 혁신보다 작다고 할 수 없는 개념이나 개념의 묶음들과 마주치게 된다. 그런 것중 하나가 이 경쟁력이라는 것이다.

실상 슘페터에게 경쟁은 창조적 파괴가 일어나기 위한 필수 과정이었다. 이것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이걸 생산하는 새로운 방식, 새로운 형태의 조직을 도입하는 기업가에 의해 주도된다. 왜냐하면 이것은 경쟁이란 기전이 작동하는 시장이란 시스템에서 생존이 걸린 문제인 탓이다. 이것은 기업을 경쟁자를 앞서기 위한 혁신으로 내몰고, 혁신은 성공한 기업에 더없는 보상을 제공한다. 그리고 종국에 혁신은 경제나 시장을 끊임없이 진화하는 역동적인 시스템으로 만든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그렇다고 기업이 이 기전을 잘 활용하기란 쉽지 않다. 만일 어느 기업이 마이클 포터가 조언한 제품 차별화를 방편으로 삼는다고 해보자. 소비자에게 필요할 것 같은, 기존에 없던 기능을 추가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선택처럼 보인다. 하지만 종종 이렇게 다다른 곳은 원래의 목적에서 한참이나 벗어난 제품이 되기도 한다. 이런 예는 얼마든 있다.

어느 자동차 카 스테레오는 너무 기능이 많아 이걸 구현할 버튼이나 노브가 부족해졌고, 그러자 모든 조작 장치는 현재 상태에 따라 여러 기능을 수행하게 됐다. 전혀 직관과는 거리가 먼 이 장치에 누군가 남긴 말은 “젠장, 내가 하고 싶은 건 라디오 방송국을 찾는 것뿐이라고요”였다.

소비자도 뭔가 잘못되어 있다는 걸 느낀다. 마우스 패드에 마우스 무선 충전 기능이 있다는 건 놀라운 아이디어처럼 보인다. 하지만 건전지 두 개가 들어가야 작동하는 이걸 반길 이유를 찾는 건 누구에게도 쉽지 않다.

하지만 별반 쓸데없을 기능을 묶어 넣는 '기능 팽창(feature bloat)'은 어디서든 벌어진다. 오죽이나 흔하고 만연되어 있는 지 누군가는 염증을 표시하는 접미사를 붙여 '기능염(featuritis)'이라는 용어까지 만들어냈다.

왜 기업이 이렇게 생각하는 지 추론하기 어렵지 않다. 기업은 그들이 인지한 이 독특함의 가치에 고객은 더 많은 돈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믿는다. 거기다 언뜻 이 믿음에 논리의 불합리를 찾기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차별화란 이것이 만드는 새로운 가치에 대한 옹호일 뿐 기능을 추가하라는 조언은 아니었다. 이것으로 기업이 고객에게 고유한 가치를 제공하라는 의미였고, 그렇기에 세 가지의 본원적 전략 중 하나가 될 수 있었다.

당신의 제품이 더 나은 이유는 단지 기존 것과 다른 무엇 때문이 아니라 고유한 가치 제안이어야 한다는 점을 우리는 종종 다시 떠올려야 한다. 제품 차별화란 선의로 우리는 가끔 역주행을 벌이지 않으려면 말이다.
그래서인지 메르세데스-벤츠(Mercedes-Benz) 부사장으로 취임한 누군가가 했던 일 중 하나가 기능을 제거한 것이었다고 한다. 그것도 600개가 넘게 말이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