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칼럼] 우주시대, 전환의 계기

이택경 한국항공대 명예교수(한국전자파학회 명예회장, 에이치에스큐브 공동대표)
이택경 한국항공대 명예교수(한국전자파학회 명예회장, 에이치에스큐브 공동대표)

1969년 닐 암스트롱이 아폴로 달 착륙선으로부터 달에 첫 발을 디디면서 인류에게 감동과 꿈을 안겨줬다. 이로써 미국은 소련과의 우주 경쟁에서 사실상 승리했고, 우주개발을 주도하는 확고한 선도국으로 자리잡았다.

미국은 2020년 발표한 '국가우주정책'에서 50년 전 달 착륙을 되새기면서 자국의 경제적 성장과 국민의 삶의 질을 높였다고 했다. 20세기의 우주개발은 체제경쟁의 일환으로서 국가의 최우선 순위였으며 이를 통해 많은 기술 발전이 이뤄졌다.

21세기 우주분야는 민간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소형 위성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이 활발하게 개발되고 상용 제품의 출현이 증가했다. 이에 보다 많은 사람이 우주 기술 성과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냉전 시대 우주개발이 국가 주도로 공공, 안보 분야에 집중돼 이뤄졌다면 이후에는 민간의 혁신적이고 경쟁력있는 상업적 분야가 기술을 선도하는 원천이 되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스페이스엑스는 가장 강력한 발사체 펠콘을 보유하고 저궤도 위성군을 계속 확장하고 있으며, 소행성 탐사와 화성 임무를 추가해 우주에 대한 관심을 부활시키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주기술이 효과적으로 활용되며 그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는 계기가 됐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를 점령하고 난 후 가장 먼저 인터넷과 모바일 네트워크를 차단하거나 장악하는 작업을 했다. 네트워크가 차단된 주민들은 자신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파악하거나 헤어진 가족들의 생사를 알 수 없게 됐고, 네트워크가 장악된 지역에서는 모든 정보 유통이 러시아 감시와 통제 아래 놓이게 됐다.

전쟁 발발 후 우크라이나 장관은 위성 인터넷 액세스 시스템을 확장해 나가던 머스크에게 트윗을 통해 스타링크 서비스를 제공해 줄 것을 요청했다. 신속한 답장과 함께 며칠 내에 스타링크 안테나를 비롯한 지상 장치들이 우크라이나에 도착하기 시작해 인터넷 사용이 원활하게 됐고, 군사적으로도 훨씬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졌다.

약 550㎞ 저궤도에서 운용되는 스타링크의 소형 위성은 빠른 속도로 이동하므로 위성간 핸드오버가 원활해야 하는 반면 사용자당 대역폭이 넓고, 지연시간이 짧아 소프트웨어 오작동 확률이 낮다. 또한 스푸핑 등 전파 방해에 강하고, 사이버 공격과 위성에 대한 물리적 공격에도 영향이 적다.

일반적으로 지구 표면의 약 67%가 구름으로 덮여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안개가 있는 날도 상당하다. 전파를 이용하는 위성영상시스템인 합성개구레이다는 능동센서로서 흐린 날 지상 관측과 야간 임무수행이 가능해 전천후 관측이 필요한 지역에 필수적이다. 하지만 저고도의 위성은 상공을 빠르게 이동하므로 하나의 위성으로 관심 지역을 항상 관찰할 수 없다.

독일의 군사위성 SAR-Lupe는 위성의 무게를 줄이는 대신 5개의 위성을 3개 궤도에 배치해 접근율을 높인다. 소형경량 위성의 발사비용 감소와 영상품질 향상으로 여러 개 궤도에서 다수의 소형 고성능 영상레이다 위성을 동시에 운영하며 영상데이터를 시장에 공급하는 회사들이 출현, 접근율과 반응시간이 크게 개선됐다.

뉴 스페이스로 불리는 정책은 우주에서 사업자의 상품, 서비스, 활동 등 상업적 영역을 장려함으로써 번영과 기술혁신, 그리고 과학적 발견의 확대를 추구하고 있다. 국가 주도의 우주 활동은 제한된 소수가 주로 이용하는데 반해 민간의 상업적 활동은 대량 서비스가 가능한 시스템으로 구축돼야 한다. 사업자들은 우주통신 및 지구관측 분야에서 다수의 소형 위성군을 이용해 대량 서비스를 제공하며, 우주시대의 전환을 이끌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상용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활용됨으로써 그 효용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각국 우주정책 담당자들은 상업적 우주 활동의 효과와 장점을 면밀히 검토하고, 자국의 상황을 고려한 정책 수립해야 한다. 동시에 국가적 재난 발생 시 해외 민간 사업자에게 모든 것을 의존해 발생할 수 있는 일들을 예측해 대비할 때다.

이택경 한국항공대 명예교수(한국전자파학회 명예회장·에이치에스큐브 공동대표) tklee@ka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