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건 국회예산 심의뿐인데”…여야, R&D 예산안 두고 대치전 격화

국민의힘, 중복·비효율 문제 해소 위해 구조조정 불가피
민주당, “전면 백지화 해야”…늘어난 '글로벌 R&D' 송곳 심사

이번 주부터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국회 예결특위의 증·감액 심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가운데, 5조원 이상 삭감된 연구개발(R&D) 예산을 놓고 여야가 대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당은 '나눠먹기'와 중복·비효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예산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위법하게 만들어진 예산안에 동조할 수 없다며 전면 백지화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지난 10일 국회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를 하고 있다.
지난 10일 국회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를 하고 있다.

과학기술 분야와 학계는 이번 국회 예산안 심의 절차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구체적인 기준 없이 대부분의 R&D 사업에서 예산이 대폭 삭감된 데 대해 지속적으로 강력한 유감을 표해왔다. 이들의 울분과 한탄이 어느 정도 반영될 지는 미지수다.

야당은 정부가 '비효율성' 제거를 명분으로 명확한 기준도 없이 짧은 시간에 삭감 결정을 내린 데 대해 강하게 제동을 걸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R&D 사업을 제로(0) 베이스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이후 단 4일 만에 '비효율적인 부분'을 골라내서 5조2000억원을 잘라낸다는 것 자체가 '졸속'이라는 지적이다.

또 R&D 예산 삭감으로 연구원들이 연구현장을 떠나고 해외로 가거나 다른 직업을 알아보는 상황에 대한 문제점을 크게 부각시키고 있다. 앞서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24년 예산안 분석 보고서'에서도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이유 없는 삭감은 이제까지의 연구 성과를 허사로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야당은 물론 과학기술계와 학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와 여당도 일부 R&D 예산의 경우 증액 가능성을 시사했다. 기초 원천 기술연구와 인재양성 관련 부분 등에 대해서는 증액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한 상황이다. 다만 '제대로된 시스템이 갖춰지면'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결국 이번에는 구조조정 원칙을 고수하고, 2025년 예산안부터 복원폭이 넓혀 나가겠다는 입장이라 볼 수 있다.

특히 야당은 예산 삭감 기조 속에 급하게 부풀려진 '글로벌 R&D' 예산을 핀셋 검증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존 예산안에서 '협력국과의 연대가 필수불가결하다'라는 내용이 추가되면서 무려 3배 가까이 증액됐다. 앞서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글로벌 R&D가 증액된 것이 대해 “국내에서 우리끼리 폐쇄적으로 연구하기보다는 글로벌 기업과 함께 제대로 된 R&D를 해서 혁신적이고 선도적인 연구를 하자는 취지(로 증액했다)”라고 설명했다.

과방위 소속 야당의원은 “협력 파트너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예산만 껑충 뛴 '주객이 전도된 예산'이다. 단시일 내에 협력파트너를 찾기도 어려운데 예산만 올려놓으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R&D 예산만을 떼내어서 별도의 심사과정을 거칠 것임을 시사했다.

예산안 처리 법정기한은 12월 2일이다. 하지만 여야 입장차가 커 올해도 법정기한 준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다. 특히 민주당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손준성·이정섭 검사 탄핵소추안을 재발의해 본회의에서 처리할 경우 정국 급랭으로 법정기한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