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미리 가 본 미래]〈95〉미중 간 기술 분쟁,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최근 미중 간 갈등은 무역, 관세, 환율, 외교, 국제규범 등 전방위적인 분야에서 전개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장 치열하게 전개되는 분야는 다름 아닌 기술 패권을 두고 이루어지는 기술 부분 경쟁이다. 특히 최근 미중 기술경쟁에서 두드러진 현상은 기술을 단순히 산업적, 경제적, 과학적 차원에서 다루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안보와 가장 직접적으로 결부됐다는 점이다.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무기체계, 양자 기술의 군사적 활용, 극초음속 미사일의 도입, AI 기술을 활용한 보안 및 정보탐색의 경쟁 등 최근 급격히 대두되고 있는 신기술 모두 국가 안보와 직접적으로 결부되는 핵심적인 군사기술이라 할 수 있다. 이 기술들은 상업적 용도와 함께 군사적 함의를 지닌 민군겸용(dual-use)인 경우가 많다. 과거에는 국방과 관련된 기술과 상업용 기술 간의 명확하다 할 수 없지만 나름대로 구분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업적 기술이 직접적으로 국가 안보를 좌우할 국방 기술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큰 차이가 있다.

그러다 보니, 국방기술을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 자체도 이전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가 차원에서 군사화·무기화를 도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비국가적 경제주체인 기업이나 연구소 개인들도 이들 기술을 악용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또 한 가지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이들 기술들이 육성되고 개발되기 시작할 때는 국방 기술로 활용할 계획이 전혀 없는 경우도 많다는 점이다. 엔지니어들이 각자의 필요성에 의해 연구한 결과들이 국방기술을 더욱 높이는 데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뒤늦게 확인하고, 적극 활용되기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개발 단계 초기부터 국방기술과 비국방기술을 구분하여 별도로 관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방기술과 관련된 또 다른 중요한 변화요인은 이제 안보의 중요한 터전이 오프라인 공간이 아니라 온라인 공간으로 바뀌어 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최근 국제사회에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안보는 사이버 공간을 매개로 이루어진다. 사이버 공간의 안보를 수월하게 달성하는 방법은 단절과 폐쇄성을 높이면 그만큼 안정성을 기하기 쉽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은 사이버 분야의 역량을 크게 저하시키는 문제가 생긴다. 복합적인 네트워크와 미디어 융합 환경에서 전개되는 ICT 분야의 경쟁은 시장의 표준을 선정하는 데 있어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취향 및 만족도를 높이는 시장 매력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따라서 사이버 분야에서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연결성과 상호 호환성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사이버 보완이 취약해지는 딜레마가 생긴다.

최근 중국의 기술 경쟁력도 급격히 높아짐에 따라 중국의 경쟁력의 원천이 물량에서 품질로 점차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과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선택한 전략은 '세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말하는 세력은 일종의 플랫폼 경쟁이라 할 수 있다. 누가 더 많은 사람들을 플랫폼에 모을 수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플랫폼을 통해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자신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표준으로 제시할 수 있는지가 산업 경쟁력이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이 서로를 견재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은 자신들의 세력을 더 많이 규합하는 것이다.

최근 미국과 중국간의 기술을 두고 경쟁하는 모습은 이전의 기술패권을 두고 미국과 일본 간 경쟁, 러시아와 미국 간의 경쟁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그것은 앞서 열거한 바와 같이 최근 대두되는 기술의 특성이 이전의 기술의 특성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최근 전개되는 국가간의 기술 육성 전략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이유, 그리고 미래 신기술을 육성하기 위한 전략을 이전과 달리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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