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중기위, 野 단독 2조원 증액 처리…내년 정부예산 증가율 4% 넘나

국회가 내년도 정부예산안 심의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당초 정부 예산안보다 11조원 가량의 증액을 요구했다. 정부는 '재정 건정성'을 내세우며 올해보다 2.8% 소폭 증가한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대거 증액을 요구하고 있어 총지출 증가율이 4%를 훌쩍 넘어설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예산 확정까지 여야 기싸움도 치열할 전망이다.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심사소위원회에서 서삼석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심사소위원회에서 서삼석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일 국회에 따르면 17개 국회 상임위원회 중 12곳이 내년도 예산안 예비심사를 완료했다. 예산안 순증액 규모로 보면 복지위(3조7431억원)가 가장 많다. 이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2조3047억 원),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2조51억원), 국토교통위원회(1조1800억 원),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8400억 원), 행정안전위원회(7053억 원)가 뒤를 이었다. 이를 모두 합산하면 순증 규모는 11조원에 육박한다.

이들 증액 요구의 절반 이상은 더불어민주당 단독 의결로 이뤄졌다. 이날 도 국회 산자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은 원자력발전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한 내년도 산업통상자원부 예산안을 단독 의결했다. 산자부 예산안은 정부 원안 대비 2조1926억원 증액, 1875억원 감액돼 총 2조51억원 순증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원전 생태계 조성 관련 예산이 삭감됐고,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이 대폭 늘었다.

앞서 '이재명표' 정책인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사업에 대한 국비 지원 예산이 행안위에서 7000억원 대폭 증액됐다. 정부는 해당 사업 예산을 '0원'으로 책정했으나, 민주당은 지난해 3525억원을 신규 편성한 데 이어 올해도 대규모 증액했다.

또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새만금 관련 예산을 정부안 대비 1472억원가량 확대했고, 이 대표가 강조했던 '청년 패스(청년 3만원 교통비 지원)' 예산도 새롭게 책정됐다. 또 행안위에서는 지역사랑상품권 예산 7053억원을 증액하기도 했다.

연구개발(R&D)도 늘렸다. 과방위에서 과기부 R&D 예산을 약 2조원 증액하고, 약 1조2000억원을 감액하는 안을 야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R&D 사업은 전액 감액하고 기초연구, 집단연구지원 등의 예산으로 재편했다.

내년도 예산안은 나머지 상임위 예비심사를 거치며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국회 상암위의 증액 요구를 감안하면 내년도 예산안은 올해 대비 증가율이 4%대로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예비심사 증액은 예결위 본심사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예결위는 상임위 예비심사와 별개로 감액 작업을 진행 중인데다 이들 작업이 완료되면 증액 작업에 착수하게 된다. 당초 20일 부터 예결위는 증액 심사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아직 감액심사를 진행 중인 상임위가 있는 탓에 22일부터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예산 증액은 정부 동의를 받아야 하는 탓에 정부·여당과 야당간 기싸움도 더 가열될 전망이다. 이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정부가 전액 삭감한 '요양병원 간병비' 시범사업 예산을 복원하고 간병비의 건강보험 급여화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재생에너지 관련 예산도 증액하겠다 고 선포했다.

이에 국힘은 내년 총선에서 표심을 노린 '선심성 예산'이라 지적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의석 수를 앞세워 '증액 드라이브 독주'를 펼치고 있다”며 “수적 우위를 앞세운 의회 독주를 멈추고, 정부의 건전 재정정책을 위한 합리적인 예산 편성에 지금이라도 협력해 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