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씨카드가 전자결제대행사(PG)업에 이어 밴(VAN)영역까지 진출한다. NH농협카드 오프라인 결제 매입을 비씨카드가 맡는다. 굴지의 프로세싱 카드사인 비씨카드 밴 영역 진출이 가시화하면서 밴업계에서는 경계의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농협카드는 케이알시스(KRSYS)와 맺은 매입 업무 위탁 계약에 추가로 비씨카드와도 계약하고, 카드 매입 업무 일부를 맡는 내용의 사업을 추진 중이다.
농협카드 관계자는 “케이알시스에 추가로 비씨카드가 농협카드 오프라인 매입 업무를 맡는 내용의 사업을 추진 중”이라면서 “기존 방식과 병행하는 형태로, 비씨카드 역시 직매입 형태인 EDC(Electronic Data Capture) 업무를 맡게 된다”라고 밝혔다.
EDC는 데이터캡처 업무를 카드사가 직접 하고 전표 수거만 밴사에 위탁하는 방식을 말한다. 사실상 비씨카드가 다른 카드사 매입 업무를 대행하는 것으로, 카드사 매입 업무를 다른 카드사가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상 밴 영역에 진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신한카드와 삼성카드, 하나카드, 롯데카드 등 일부 카드사 역시 EDC 업무 위탁을 하고 있지만, 이는 케이알시스에 위탁하는 형태다.
비씨카드 매입 업무 위탁 계약 진출은 줄어든 사업영역과도 연관이 있다. 대형 회원사가 떠나면서 비씨카드 국내 프로세싱 사업에도 타격을 받았다. SC제일은행이 먼저 이탈했고 전북은행은 KB국민카드 결제망으로 갈아탔다. 우리카드는 독자 결제망을 구축하고 점차 비씨카드 의존을 줄이겠다는 청사진을 내놨으며, 최근에는 굴지의 지역화폐 사업자인 코나아이까지 국민카드 결제망으로 이전했다.
그동안 카드사들은 일반적인 카드 매입 방식인 DDC(Data Draft Capture)를 이용했다. 예를 들어 A가맹점에서 결제가 이뤄지면 밴사가 매입업무를 하고, 매출전표를 밴대리점이 수거하는 형태다. 이렇게 수거된 매출전표를 밴사가 회사별로 분류해 카드사에 전달한다.
이런 형태는 카드사에겐 비용 부담으로 작용했다. DDC의 경우 카드사는 밴사에 매입 수수료 명목으로 건당 10~17원을 지급하는 반면 DDC에서 EDC로 전환할 경우 종전 10~17원이던 매입 수수료가 6원 안팎까지 줄어든다. 이에 카드사가 EDC로 전환을 추진하면서 밴업계와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비씨카드가 카드사 EDC 업무 위탁에 나서면서 밴업계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굴지의 KT 자회사인 비씨카드가 사실상 밴 업무에 진출하는 것은 대기업이 골목식당을 침해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밴업계 한 관계자는 “비씨카드 매입 대행 위탁 제안은 대기업 KT 자회사로서 새로운 결제영역 확장이나 사업 개발·투자 없이 소위 하청 준 업체 업무를 빼앗아 수익하락을 메우려 하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그는 “밴사는 기존 카드사가 매입 청구 업무를 비씨카드사에 위탁할 경우 지금까지 밴 대리점에 지급하던 매입 관련 수수료를 차감할 수밖에 없다”면서 “신용카드사 잇따른 수수료 인하로 가뜩이나 어려움에 부닥친 일선 밴 대리점들이 줄도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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