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위축·중복 규제…산 넘어 산 '문산법'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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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초됐던 '문화산업의 공정한 유통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문산법)' 제정이 재추진되면서 방송통신위원회와 플랫폼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기존에 국회를 통과했던 문산법 제정안의 일부 내용을 국무조정실 지적을 반영해 손질해 3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회부할 예정이었지만, 방통위·플랫폼업계 반발로 취소됐다.

◇상임위 되돌아온 문산법…연내 통과 '불투명'

문산법은 저작권 법정 공방 도중 세상을 떠난 '검정고무신' 작가 고(故) 이우영 씨 사례와 같은 문화콘텐츠 산업의 불공정 관행을 규제하기 위한 법안이다. 문화산업의 공정한 유통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금지행위 유형을 구체적으로 정했다.

법안은 제작행위 방해, 문화상품 수령 거부, 납품 후 재작업 요구, 기술자료 정보제공 강요, 비용 전가, 자기 계열회사 상품과 차별 취급, 특정 결제방식 강요, 현저히 낮은 대가 책정, 문화상품 사재기, 지식재산권 양도 강제행위 등 불공정 행위 근절이 도입 취지다.

법안은 지난 3월 문체위 전체회의를 통과했지만 법사위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문체위로 되돌아 오게됐다. 정부 부처간 중복규제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에 문체위에서도 문산법에 대해 부담스러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창작자 vs 방통위·플랫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14일 '영상 산업 도약 전략'을 발표하면서 문산법 제정을 재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여전히 방통위·플랫폼업계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순탄치 않은 여정이 예상된다.

다만 방통위는 문산법이 전기통신사업법, 방송법 등과 중복된다는 입장으로 방송사업자, 유통업자 등에 대해 중복규제 우려가 있다며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 전기통신사업법, 방송법 등은 방통위가 규제를 담당하고 있으니 이에 대해서는 배제 규정을 두고, 문산법으로는 방통위 해당 법에 없는 나머지 부분만 규율하자는 것이다. 이에 내주 방통위 내 문산법 연구반을 가동, 관련한 안을 만들 방침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웹툰을 비롯한 플랫폼 업계는 법안의 금지행위를 통해 거래 행위가 위축되면 콘텐츠 산업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산업 위축으로 제작 시장, 유통 시장 그리고 최종적으로 이용자에 대한 복지 부분까지도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서범강 웹툰산업협회 회장은 “규제는 문화 산업의 진입과 성장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며 “문화 산업을 구성하는 대상들이 새로운 콘텐츠를 발굴하고 투자하는 데 소극적인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이는 악영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환 콘텐츠웨이브 리더는 “거래에 대한 특수성, 상품에 대한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획일적이고 경직된 규제 적용이 약간 우려된다”며 “부처 간 규제 관할권을 두고 갈등으로 인해 불필요한 국가 행정력이 낭비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창작자 단체는 문산법이 중소 제작사에게 특히 필요한 법이라고 강조한다. 하신아 웹툰작가노동조합 위원장은 “문산법은 창작자보다 제작사를 위한 법으로 플랫폼 업계가 아니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중소 제작사들은 거대 플랫폼에 권리 침해를 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화산업공정유통법 부처 및 업계 입장
문화산업공정유통법 부처 및 업계 입장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