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대학포럼] 〈155〉 지방소멸 막기, 지방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요구된다

Work and life balance
Work and life balance

저출산, 고령화가 가져온 나비효과가 이제 우리 사회 전반에 뚜렷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지방소멸위기는 저출산, 고령화와 함께 자주 언급되는 주제다. 정부에서는 지역의 인구감소 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2020년 12월에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을 일부 개정해 인구감소지역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다. 이 법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인구감소지원에 다양한 재정적·행정적 지원을 할 수 있게 됐다. 89개의 인구감소지역이 해당 법에 근거하여 2021년 10월에 지정됐다. 지정 근거에는 인구감소지수를 가장 중요하게 보는데, 자연적 인구감소, 사회적 이동 등 복합적 원인을 고려해 연평균 인구증감률·인구밀도·청년 순이동률·주간인구·고령화 비율 등을 산정한다. 정부는 지정된 인구감소지역에 대해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투입하는데, 지역의 인구활력 증진사업에 사용될 기금으로 해마다 1조씩 10년간 지원한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활용해 일자리 창출, 청년인구 유입, 생활인구 확대 등 사업을 운영할 수 있다. 이러한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활용한 지방소멸에 있어서는 다양한 측면이 고려돼야 한다. 지방 상권을 이루는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중소기업과 공공기관, 그리고 대학과 사회인프라 등을 종합적으로 활성화는 사업이 기획되어 운영될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청년취업과 관련한 연구사업에 참여할 때 정주환경이 중요함을 강조하고는 한다. 사전적으로 정주란 인간이 일정한 장소에 정착해 살아가는 것을 의미하는데, 정주환경이란 인간이 정주하여 살아가고 있는 지역의 주거지와 그 주변 생활환경을 의미하며, 넓게는 문화와 여가 등 일상생활의 전 영역을 광범위하게 포함시킨다.

사람이 머물지 않는 지방이 소멸되는 것이 지방소멸인데, 결국 사람이 머물기 위해서는 좋은 일자리와 생활권이 형성돼야 한다. 지방 중소기업에서는 좋은 인재를 구하기가 어렵다고 호소하고, 지방 청년들은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것은 정주환경적인 측면에서 생활권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한다. 즉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지방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가지고 좋은 일자리를 제공해야 하며, 청년 입장에서는 좋은 일자리에서 얻은 수입을 사용할 수 있는 매력적인 생활환경이 갖춰져야 한다. 생활환경에는 좋은 교육환경, 의료시설, 문화시설과 상권 등이 포함돼야 한다.

지방 산업단지의 중소기업을 가보면, 경쟁력 있는 제품과 좋은 근로환경이 있음에도 도심 혹은 시내와 떨어져 평일에는 차량이 없어 기숙사에 거주하거나, 오랜 출퇴근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퇴근 후의 일상을 영위할 수 없는 삶을 요즘 젊은 사람들은 원하지 않는다. 이런 삶이 확보되지 않는 일자리는 임금수준을 올린다고 해도 좋은 사람 구하기가 어렵다. 즉 앞에서 언급한 정주환경적인 측면에서 일자리 빼고는 만족되지 않는 것이다.

지방정부는 지역 일자리와 지역 생활권을 모두 매력적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지방소멸 예방차원에서 기울여야 한다. 백종원으로 인해 충남예산시장이 매력적인 방문지가 되어 매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지를 지방소멸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이런 곳이 지방에 많아져야 함을 알 수 있다. 혹은 제주도의 국제학교에 얼마나 많은 수도권의 교육열 높은 가족들이 이주하는 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굳이 그 지역에 살아야만 누릴 수 있는 높은 교육수준, 의료서비스, 상권 등이 많아져야 지방에 사람들이 찾아오고, 살던 사람들이 떠나지 않고, 나아가서 떠났던 사람이 돌아오는 것이다.

이제 지방정부의 역할은 어떻게 각 지역이 경쟁력을 갖추고 사람들이 살게 만드는가에 있다. 정주환경 측면에서 결국 중소기업, 전통시장과 골목상권활성화, 교육 및 의료 등 사회인프라 개선은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즉, 지방소멸에 대응하는 지방정부의 역할이 더욱 광범위하고 적극적으로 확대돼야 한다.

심지현 숙명여자대학교 인적자원개발학과 교수 shimx013@s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