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내찬교수의 광고로 보는 통신역사] 광고 속 통신의 잔영(殘影)

1999년 통신품질을 전면에 내세운 옛 하나로텔레콤과 옛 LG텔레콤의 광고
1999년 통신품질을 전면에 내세운 옛 하나로텔레콤과 옛 LG텔레콤의 광고
이내찬 한성대 경제학부 교수
이내찬 한성대 경제학부 교수

필자가 광고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말.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서 품질평가 제도를 연구하면서부터다. 평가 결과 공표 직전에 새로 부임한 정보통신부 S과장은 기업이 제멋대로 홍보하면 고객에게 양질의 통신 서비스를 선택하게 하는 제도의 본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며 자제를 요청했다. 하지만, 결과가 공표되자마자 사업자들은 자사의 품질이 최고라며 신문에 광고를 게재하기 시작해 당부가 무색해졌다.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통신품질평가 결과 광고·마케팅 활용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광고의 주기능은 기업이 자사 상품을 불특정 다수의 잠재적 고객에 인지시킴으로써 매출액을 높이는 데 있다. 그런데 통신 분야에서는 흥미로운 또 다른 역할도 눈에 띈다. 7년 주기로 업그레이드되는 이동통신기술을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광고는 눈높이 메시지를 담아내야 한다. 사회적책임경영(CSR)·공유가치창출(CSV)에서 환경·사회·투명경영(ESG)으로 패러다임이 진화하면서 중요성이 더해지는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메시지도 담아 착한 기업의 이미지를 높이기도 한다. 예컨대, 사회 취약 계층 포용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든지 AI가 사회 안전 확보와 국민 복리 증진을 위해 어떻게 도움이 될 것인가와 같은 미래상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런데 흥미를 끄는 것은 앞서 언급한 품질평가 사례와 같이, 때에 따라서는 노골적으로 자사의 이익을 위해 정부 정책을 옹호하기도 하고 비판하기도 하는 광고다. 이는 그만큼 통신 시장이 기술 혁신으로 역동적으로 변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강한 규제 대상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광고가 주는 메시지의 의미를, 업계 종사자들이야 당연히 알겠지만,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두고 이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래서 2000년부터 간헐적으로 생각날 때마다 광고를 들여다보기도 하고 메모를 끄적거리기도 했지만, 활자화하지 못한 채 강산이 두 번쯤 바뀌고 말았다. 그 세월만큼이나 정보통신 미디어와 광고 시장은 변모했다. 통신 시장에서는 신규 기업·서비스 진입과 시장 형성 및 경쟁 활성화가 이루어졌다. 방송·통신의 영역을 넘나드는 경쟁과 합종연횡에 의한 산업 구조조정 그리고 정부의 공정경쟁제도 시행 과정을 거쳤다. 서비스 주축은 유선에서 무선으로, IT 생태계(CPND)는 초고속·스마트폰에 따른 디지털화로 그 주도권이 네트워크에서 단말기·플랫폼으로 옮겨 가기도 했다.

광고 시장에서는 온라인 점유율이 꾸준히 상승, 14조원 규모 광고 매출액(2022년 기준) 중 70%를 차지하지만, 지상파 TV는 10년 전과 비교해 반토막인 10%로 추락했다. 신문은 줄곧 8%대를 지켜오고 있다. 광고형태도 한 장의 종이에 메시지를 응축한 신문광고, 15~30초 이내에 이야기를 담는 TV용 영상, 1분을 훨씬 넘기는 온라인 영상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필자는 이같이 정보통신 미디어 광고 속에 녹아들어 있는 서비스 마케팅이나 제도와 관련한 메시지의 의미를 찾고자한다. 그동안 애착을 두고 이 분야에서 일해 온 경험과 시각을 통해 풀어보고 과거·현재에 이르는 추이를 정리해봄으로써 많은 사람의 관심을 촉발하고 미래 산업 발전과 바람직한 정부 지배구조의 수립에 미력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이내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nclee@hansu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