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10년 만에 '존폐 기로'

이동통신 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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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 추진…총선 쟁점 부상
단말기 가격 인하 저해요소 지목
과기정통부·방통위 전면 재검토
“산업계 의견 반영 정밀한 논의를”

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이 10년 만에 존폐 기로에 섰다. 정부와 여당이 2014년 제정된 단통법 폐지 검토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여권은 단통법이 시장 경쟁을 가로막아 비싼 단말기 가격을 유도한다고 판단한다. 반면 이용자 차별 방지와 시장안정화라는 단통법 순기능도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단통법 존폐 논의는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통신시장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15일 통신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최근 업무계획 보고를 앞두고 단통법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을 대상으로 단통법 폐지 방안까지 포함한 제도 전반 재검토를 지시했다. 전자신문이 복수의 여권·통신업계 관계자를 통해 확인한 결과다.

이들은 “최근 여권을 중심으로 단통법 폐지 검토 기류가 다시 확산하며 과기정통부 등 주무부처에 관련 지시가 전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통신경쟁촉진TF를 통해 단통법 개선방안에 관한 의견을 수렴했으나 최종 결론을 내리진 않았다. 하지만 최근 대통령실이 단통법을 주요 어젠다로 올리면서 존폐 여부를 두고 통신업계, 정치권 논쟁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권이 총선을 앞두고 청년층을 겨냥한 민심 달래기 용으로 단통법 폐지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는 관측이다. 단통법 핵심은 스마트폰 별로 정해진 지원금을 시간·장소에 따라 차별해서는 안되며, 공시한대로 모든 소비자에게 똑같이 판매하라는 규제다. 여권에서는 이같은 규제가 결과적으로 비싼 단말기 가격 인하를 가로막고 있다고 판단한다. 각종 온라인커뮤니티 등에는 단통법을 시장 경쟁을 막는 악법으로 규정하고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면 단통법의 순기능을 감안해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단통법 이전에는 30만원짜리 효도폰을 고령층에게 60만원에 바가지 판매하는 등 '호갱'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적지 않았다. 특히 단통법은 이용자가 단말기 지원금을 받지 않을 경우 통신요금 25%를 할인받도록 '선택약정할인 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단통법 폐지 시 과거처럼 '호갱'이 양산된다거나, 통신비가 오히려 높아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판매점의 추가 지원금을 이통사 공시지원금의 30%(기존 15%)까지 상향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주무부처는 아직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 다만, 정부가 단통법 폐지 방침을 확정하더라도, 단통법 폐지가 현실화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단통법 폐지는 법률 개정사안이다. 현재 국회에는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단통법 폐지안이 계류돼 있다. 하지만 총선까지 본회의를 통과하지 않으면 법안은 자동폐기된다. 총선 이후 새로운 원구성, 법안 발의, 상임위원회 등 논의까지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단통법 폐지나 개선 논의는 산업계 의견수렴, 이후 효과 등을 고려해 정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본지에 “단통법 등에 대해선 불합리한 부분은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일부 있었다. 아직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