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정의 CX 트렌드]〈23〉고객이 가지는 잠재적 가치, 네트워크

이현정 HSAD 데이터 크리에이티브(DC)팀 팀장
이현정 HSAD 데이터 크리에이티브(DC)팀 팀장

매년 등장하는 기사 중 백화점 VVIP와 관련된 기사가 있다. 백화점 VVIP 매출 비중이 커져 상위 1%가 매출 20%를 차지한다는 파레토(Pareto)의 법칙을 응용한 기사들이다. 그런데 그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쇼핑을 함께 하는 사람들간의 영향력이다. 예들 들어, A, B, C, D, E라는 다섯 명의 고객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다섯 명의 백화점 매출액은 1억원, 7000만원, 4000만원, 3000만원, 5000만원이다. 기사에 따르면 백화점 매출액이 가장 높은 A가 바로 VVIP 고객이다. 그런데, 대부분 고객은 쇼핑할 때 누군가와 함께 간다.

그럼 다시 백화점 매출에서 함께 간다는 것을 고려해서 생각해보자. A는 백화점에 갈 때, B, E, D와 함께 가고, B는 E와 함께, C는 D, E와 함께, D도 E와 함께 간다. 그렇다면 백화점 매출에 기여하는 바는 누가 가장 큰 것일까? 다른 친구들이 백화점에 갈 때 함께 가서 브랜드 구매에 기여하는 E다. 백화점 매출에 함께 가는 고객의 기여도까지 고려해서 진정한 VVIP 고객이 누구인지 시각을 달리해볼 필요가 있다.

고객 가치 모델 예시
고객 가치 모델 예시

고객의 잠재력은 고객이 가지고 있는 네트워크 속에서 현실화된다. 네트워크를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서로의 생각과 아이디어에 의해 영향을 받고, 생각이나 물질은 관계를 통해 흘러 다닌다. 구조면에서는 관계의 패턴은 광의의 개념에서는 중심부와 주변부의 구조를 결정하기도 하고, 협의의 개념에서는 행동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관계를 파악할 수 있을까? 다행스럽게도, 2000년대에 다양한 소셜 미디어가 등장하면서 다양하고, 가치 있는 데이터 축적이 가능해졌다. 때마침, 관계를 분석할 수 있는 네트워크 분석 기법이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기 시작했다. 네트워크 분석은 관계의 변화를 네트워크에 반영할 수 있어 관계를 직관적이고 명확하게 분석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발견된 흥미로운 점은 소셜미디어 이용자의 관계 변화다. 과거 브랜드는 시장을 구분할 때 대부분 인구통계적인 특성에 의존했다. 그런데 이제 고객들은 관계를 확장하면서 서로 행동을 따라 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브랜드의 고객 세분화 방법론에 변화를 줘야만 한다는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더 이상 고객은 인구통계적 특성에 국한해서 세분화되지 않는다.

네트워크 이론과 관련한 유명한 이론 중 6단계 이론이 있다. 6단계 이론은 1967년 미국 사회학자 스탠리 밀그램의 '좁은 세상 실험'을 통해 등장했다. 실험은 보스턴 네브래스카 주에 사는 주민들에게 편지를 나눠주고 보스턴에 살고 있는 '전혀 모르는 증권 거래인'에게 전달되도록 했다.

방법은 간단했다. 편지를 받은 사람은 보스턴에 살고 있는 '누군가'를 알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에게 편지를 건네주고, 그 편지를 받은 사람 역시 같은 방법으로 다른 사람에게 건네주는 방식이었다. 밀그램은 편지를 주고받은 송신인과 수신인의 관계를 추적했는 데 결과는 놀라웠다. 6단계를 거치면 전혀 모르는 '누군가'에게 편지가 정확히 전달되었던 것이다. 즉, 세상은 좁고, 누구나 누구와도 연결될 수 있으며, 정보는 쉽게 전달되고, 영향력은 쉽게 확산될 수 있다.

이제 브랜드는 고객을 바라볼 때 고객 한 명 한 명이 아니라, 고객의 관계까지 두루 살펴봐야 한다.

이현정 HS애드 DC팀장 mktbridge@hsa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