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채의 센스메이킹]〈31〉AI 시대의 '몸': 섹스어필은 유효한 전략인가 (下)

손병채 ROC(Reason of creativity) 대표
손병채 ROC(Reason of creativity) 대표

지난 2021년 연세대 사회학과 염유식 교수와 최준용 교수의 합동 연구팀이 공개한 '2021년 서울 거주자의 성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성인 3명 중 1명(36%)은 최근 1년 동안 섹스리스 생활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가 없거나 파트너가 없는 점이 가장 큰 이유라는 해당 결과는 어느덧 일상에서 익숙해진 섹스리스라는 표현의 현실을 확인한 또 다른 예라 할 수 있겠다. 부부 모두 집을 따로 구해 주 2, 3일만 만나며 결혼 생활의 장점을 유지하는 일본의 분리 부부에 대한 BBC의 기사, 난자 추출을 통해 아이를 임신한 인도의 트랜스젠더 커플을 향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의 응원, 재정적 불안정성이 독신주의에 대한 태도 변화를 이끌었다는 각종 연구 결과는 적어도 한 가지는 명확히 이야기하고 있는듯 하다.

많은 산업에서 소비재와 럭셔리 제품 개발 및 판매에 오랜 시간 핵심 연료이자 암묵적이자 범법적인 꿈으로서의 섹스가 그 힘을 잃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의 우리가 확인하고 있는 건 섹스와 육체 사이의 연결이 느슨해지면서 실제 유혹과는 분리된 상태로 섹스어필이 상품이 되어 가고 있는 현상을 목격하고 있다. 킴 카다시안이나 카일리 제너 같은 인플루언서는 신체적 매력을 브랜드 론칭을 통해 사업가로서의 강력한 도구로 활용한다. 성공한 기업가에게서 공통적으로 확인되거나 기대되는 점이 신체적으로 관리된 모습이라는 점은 자신의 이미지를 끊임없이 조작하는 과정을 통해 승리하게 된다는 새롭고 다소 극적인 섹스어필과 관련된 규칙이 바뀌었음을 예상케 한다. 그 좋은 예가 웰니스 산업이다. 젊음과 아름다움, 건강 등 이전에는 사람이 나이가 들어도 무조건적으로 추구하기에는 죄의식을 느끼던 방식이 이제는 영원한 젊음과 아름다움, 무한한 유혹의 힘을 원하고 이를 비건 음식이나 관련 사회 운동 등의 정치화를 통해 이루려 한다는 관련 지적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는 기존의 순결, 결혼, 모성과 연결된 신체를 통한 섹스어필의 근원적 욕망이 다른 영역으로 이전되고 있다는 한 예로서 특히 관련된 열망을 판매하는 비즈니스에 종사하는 기업들은 이 새로운 허용의 규칙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하나의 모범적 사례로 역사적으로 유혹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란제리 분야에서의 새비지 X 펜티 브랜드를 들 수 있다. 세계적인 가수 리한나가 직접 운영하는 해당 브랜드는 두려움 없는 자신감, 포용성을 제안함으로써 여성의 신체 그 자체에 대한 임파워먼트에 훨씬 더 집중한다. SNS에 등장하는 모델은 다양한 체구의 남성과 여성이며 신체를 통한 매력이 신체 그 자체에서 온다는 메시지로 섹스어필이라는 아이디어를 부드러운 표현과 개성에 연결해 고객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간다. 또 뷰티 제품 스타트업인 글로시에는 커뮤니티를 통한 뷰티에 대한 아이디어 교환과 마케팅 및 영업에 있어 집단적 발포성을 잘 활용한 사례다. 대표인 에밀리 와이즈는 '내가 쓰는 화장품 이야기'는 공감이 쉽고 유용하다는 점에 착안해 블로그를 통해 욕실 선반에 놓고 사용하는 화장품 관련 주제의 인터뷰와 포스팅을 지속해 브랜드 창업의 기반을 다졌다 한다. 이 같은 접근은 관객이기만 했던 소비자들을 뷰티 제품 기획과 출시 이후 후기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이들을 주인공으로 끌어올려, 소속감, 커뮤니티, 우정 등의 다른 일상적 카테고리에서 추구하던 열망에서 성적 매력에 대한 아이디어를 발생시켰다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섹스어필과 관련해 관련 업계의 기업이 관심을 둘만한 또 다른 현상으로 사람이 신체를 통해 자신을 특정 집단에 속하는 이로 구분하는 관행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세계의 부유층 사이에서 패션 심볼과 브랜드, 로고는 매우 상징적인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이러한 외적 구분이 신체 개조, 문신, 성형 등의 신체로 확장되고 있다. 이전에는 무엇을 입고 걸치고 다니는가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피부나 체형, 문신, 피어싱 등의 신체적 구분이 특정 문화적 집단 및 어휘에 속한다는 관념을 확인하는 새로운 기준이 되었다 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인간이 신체를 통해 열망하는 제품 및 서비스에 집중해 온 기업에는 이처럼 성적 매력과 관련해 현재의 사람들에게 중요한 다른 문화적 대화 사이의 연관성을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다. 문신을 한 연예인들이 방송에서 볼 수 없던 시절이 과거가 되었듯, 신체를 두고 변화하는 미학의 허용 범위에 대해 끊임없는 관심이 필요할 때다.

손병채 ROC(Reason of creativity)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