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포럼] 도심항공교통 현황과 과제

이관중 서울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이관중 서울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지난 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현대자동차그룹 슈퍼널이 4년간 공백을 깨고 S-A2라는 차세대 도심항공교통(UAM) 기체를 선보였다. 슈퍼널은 UAM 미래 생태계 구축 전략과 함께 2028년 상용화 계획도 함께 발표됐다. 전자제품박람회에서 자동차 기업이 개발한 기체가 소개됐다는 점 자체가 향후 UAM 기체의 형태와 서비스 운용 방식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큰 이벤트였다.

두 번의 세계 전쟁을 징검다리로 비약적으로 성장한 지난 세기 항공산업의 목표는 더 높게, 더 멀리, 더 빠르게 나는 항공기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달에 사람이 가고 음속보다 빠른 비행이 가능한 시대에도 근거리 항공 교통서비스가 존재하지 않는 역설적인 상황이 지속됐다. 그러나 지난 몇년간 이런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지난 2016년 우버(Uber)가 제시한 도심항공교통 개념은 이후 첨단항공교통으로 개념이 확장되며 전기추진항공기를 이용한 신개념 교통 서비스에 세계적인 관심을 촉발했다. 도심항공교통은 친환경 전기추진 장치를 장착한 항공기를 이용해 도심 내(intra-city) 또는 도시 간(inter-city) 사람이나 화물을 이동하는 항공 교통 시스템이다. 기체 뿐아니라 서비스와 인프라를 포함한 새로운 형태 교통 시스템으로 장기적으로 대략 수백조원 규모 신규 산업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세계적으로 700곳 이상 기업과 연구기관에서 다양한 형태의 기체를 개발 중이며 특히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새로운 모빌리티 생태계를 선점하기 위한 국가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굴지의 대기업과 정부출연연구소를 중심으로 기체 및 운용과 관련한 연구 개발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일부 분야에서는 이미 세계를 선도하는 단계다.

올 하반기부터는 국내외에서 개발된 실기체를 이용한 운용 실증 프로그램인 그랜드 챌린지(Grand Challenge)가 전남 고흥에서 시행될 예정이다. 당초 미국에서 계획된 내셔널 캠페인이 여러 사정으로 축소되며 그랜드 챌린지는 사실상 유일한 대규모 실증 사업으로서 그 결과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항공 분야에서 대한민국이 퍼스트 무버가 되는 첫번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상업적 서비스에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기체 신뢰성과 안전성을 확인하고 보장하는 인증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친 기체가 이르면 내년 중 미국에서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도심항공 교통 시스템 미래에 대한 논의가 훨씬 구체적인 방향성을 갖고 진행될 것이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구밀집 지역에서 운항이 가능하려면 높은 수준의 안전성이 보장되어야 하고 기술적으로는 소음과 관련한 사회적 수용성 문제, 배터리·모터를 포함한 고효율 전기추진 시스템, 도심 내 통신 및 항법시스템 기술이 조기에 확보돼야 한다. 이외에도 사이버 보안, 잠재적 테러 위험 등에서도 들여다봐야 할 부분이 많이 있다. 서비스 수요와 규모의 경제를 어떻게 달성할지에 대해서도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정부에서는 산학연관으로 구성된 'UAM 팀 코리아'라는 협의체를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UAM 기술로드맵, 운용개념서를 발표하고 작년에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UAM 특별법(도심항공교통 활용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제정하며 지금까지 이 분야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더 이상 참고할 만한 사례가 거의 없는 UAM 분야의 퍼스트 무버로서 기업, 정부뿐 아니라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함께 고민하며 전인미답의 새로운 길을 열어가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UAM 기술 로드맵에서 제시하는 2030년 UAM 본격 상용화는 매우 도전적인 목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한다면 UAM은 우리나라 항공 산업을 한 단계 도약시킴은 물론 다음 세대 우리 경제를 이끄는 새로운 견인차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기업, 정부, 연구기관, 운항 서비스 제공자, 대학 등 모든 이해관계 집단의 적극적인 협력과 조율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관중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kjyee@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