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법, 입법 '초읽기'…공개 시 통상마찰 불가피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해 12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민생살리는 플랫폼 독과점 정책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공정위 제공〉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해 12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민생살리는 플랫폼 독과점 정책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공정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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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설 명절 전후로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을 공개할 전망인 가운데 국회입법조사처에서 입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공정위의 플랫폼법에 대해 지배적인 플랫폼 사업자 지정이 '낙인효과'를 가져오고, 스타트업 등 플랫폼 생태계 혁신동력마저 저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플랫폼 업계는 공정위가 구체적인 법안 공개 시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의견을 표명하면서 통상 마찰이 불거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5일 플랫폼 업계와 정부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설 명절 전후로 플랫폼법을 공개할 예정이다. 업계는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에서 플랫폼법 관련 내용을 공개한 후에 여당 의원을 통해 입법하는 것을 유력한 방안으로 보고 있다. 당초 설 명절 전에 플랫폼법의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설 명절 이후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플랫폼법 공개가 임박한 가운데 국회입법조사처는 5일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의 규제 이슈에 대한 검토' 보고서에서 사실상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이 보고서에서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의 지정은 '남용행위 잠재기업'을 사전에 정하는 '낙인효과'만 가져올 뿐 플랫폼 사업자가 스스로 성장할 기회를 포기하도록 유인해 민간자율 존중 원칙에 배치된다고 판단했다.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를 결정하는 정량 요건은 각 시장에 미치는 효과를 정밀하게 측정한 결과를 나타낸 수치여야 하고 사업자 규모나 영향력을 단순하게 반영하는 기준이어서는 안 되며, 사업자 지정 과정에 공정위가 자의로 개입할 여지가 높다고 지적했다. 해외 사업자 연매출 산정 문제, 생태계 전반 성장 위축 가능성, 플랫폼 사업자 활동 제약 우려 등 고려해야 하는데 공정위가 규제 도입을 너무 서두르고 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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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플랫폼 시장은 유럽연합(EU)과 달리 검색엔진, 모바일 메신저, 전자상거래 분야 등에서 경쟁력 있는 국내 플랫폼 사업자가 존재하지만 검색엔진 분야는 글로벌 기업과 격차를 겨우 좁히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도 짚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시장은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가 주도하는 상황에서 규제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고도 했다.

공정위의 플랫폼법 초안이 공개되면 본격적으로 통상마찰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플랫폼 업계와 통상당국에 따르면 플랫폼법이 공개되면 미국 상무부와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서 반대 의견을 표출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는 미국 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에서만 의견을 표명한 것과 미국 정부 차원에서 공개적으로 반대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통상당국도 이미 정부 부처 간 협의에서 이 같은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플랫폼 업계는 최악의 경우 유럽 디지털시장법(DMA) 사례를 들어 미국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와 플랫폼 업계 입장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플랫폼법을 두고 인터넷기업협회 등과 논의하겠다고 했지만 협회는 구체안을 공개해야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 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