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에 나랏돈 베팅'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 재선 확실시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왼쪽)과 영부인 가브리엘라 로드리게즈데 부켈레. 사진=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 엑스 캡처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왼쪽)과 영부인 가브리엘라 로드리게즈데 부켈레. 사진=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 엑스 캡처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도입하는 데 앞장선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압도적인 지지율로 재선을 사실상 확정했다.

조직폭력배 소탕 장전으로 치안을 안정시켰다는 데서 긍정적인 평가를 얻은 인물이지만, 헌법상 연임이 금지된 국가에서 이를 깨고 재선에 도전해 독재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중미 국가 엘살바도르에서는 지난 4일(현지시간)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가 함께 치러졌다.

부켈레 대통령은 이날 투표 종료 이후 공식 개표 결과가 나오기 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 · 옛 트위터)에 “우리 당(뉴 아이디어스)에서 집계한 바에 따르면 (저는) 대선에서 85% 이상의 득표율로 승리했다”며 승리를 자신했다. 또한 총선에서도 60석 중 최소 58석을 여당이 차지했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아직 공식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개표 70%가 진행된 가운데 부켈레 대통령은 약 83%의 지지율로 앞서고 있다고 전했다.

엘살바도르 헌법에는 6개월 이상 대통령으로 재임한 사람은 10년 안에 다시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는 연임 금지 조항이 있다. 재선하려면 임기가 끝나고 10년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부켈레 대통령은 지난 2021년 “임기 만료 6개월 전에 휴직하면 재선이 가능하다”는 유권 해석을 받아낸 바 있다. 이에 따라 임기가 만료되기 6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1일부터 휴직에 들어가 올해 대선 출마를 준비했다.

'꼼수' 재선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부켈레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은 거짓이 아니다. 그가 가장 위험한 나라라는 오명을 쓴 엘살바도르의 살인율을 3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뜨린 덕이다.

그는 2022년 3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마노 두라(철권통치)' 작전을 시작하여 약 2년에 걸쳐 7만5000명이 넘는 폭력배 혹은 폭력배 의심 인물을 잡아들였다. 인구(약 640만명)의 1%가 넘는 숫자다.

그는 경찰이 조직폭력배로 의심되는 이들을 영장 없이 잡아들일 수 있도록 지시했으며, 수도 산살바도르 남동쪽에 있는 테코루카에 미주 최대 규모의 교도소를 신설하기도 했다. 실제로 2015년 인구 10만명당 105.2건이던 살인 건수는 지난해 2.4건으로 뚝 떨어졌다.

하지만 높아지는 지지율과 함께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점점 더 커지는 권위주의와 인권침해 논란 때문이다. 그의 행정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당국이 비인간적인 조건 하에서 자체 판단으로 체포, 고문, 죄수 수용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부켈레 대통령은 스스로를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독재자”라고 칭하며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2024년 대선과 총선에서 모두 앞서자 SNS를 통해 “완전한 민주주의 체제에서 한 나라에 단 한 정당만 존재하는 것은 처음일 것이다. 야당은 모두 분쇄됐다”고 선언했다.

한편 부켈레 대통령은 '비트코인' 신봉자로 유명하다. 그는 국고를 이용해 비트코인을 사들였으며 2021년 9월에는 세계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 화폐로 채택한 바 있다.

엘살바도르가 얼마나 비트코인을 가지고 있는지는 밝힌 적 없지만, 부켈레 대통령이 비트코인을 사들일 때마다 발표한 수치를 취합하면 그는 국고로 사들인 비트코인은 1억 달러(약 1330억원) 이상에 달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한 때 비트코인 가격이 그의 평균 매입가 절반까지 떨어져 반토막이 나기도 했지만, 지난해 연말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면서 12월 기준 360만 달러의 수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부켈레 대통령은 아직 비트코인 매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