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밀값이 폭등했었다. 가격이 오른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물류의 차질이다. 재고로 있는 밀이 다 소진되기 전에 후속 물량이 들어와야 하는데 전쟁이라는 돌발 변수가 생겼고, 수급이 문제가 되니, 비싼 가격으로라도 물량을 확보하려고 하게 된다. 이러니 가격이 급등하는 것. 아주 상식적인 문제다.
요소수 수출 통제에 따른 파동이 있었다. 중국이 별안간 요소수의 수출을 통제했을 때 요소수의 부족 상황을 정부에서는 어떻게 대처할 수 있었을까?
국가가 관리해야 하는 품목들을 개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독성가스, 마약류 약품 등이고 전용 시스템을 가동한다. 요소 수입에 차질이 오면, 대비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세계가 물류라는 거대한 체인으로 묶여서 돌아가고 있다.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 삼고, 미국은 첨단 기술을 무기 삼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먼 대한민국은 어느 것 하나 불똥이 튀면, 해당 산업계가 휘청이게 된다. 물류가 안보다.
물류를 단순히 화물차에 의한 운송 체계, 기업의 폐쇄적 SCM으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 거름 만들어서 밭에 뿌리는 시대가 아니다. 국내에서 생산된 것을 국내에서 소비하는 거대한 내수시장을 가지고 있는 나라도 아니다. 우리나라는 많은 원자재를 수입해서 생산하는 국가다. 생필품마저도 수입품이 국산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많은 물건이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어떤 물건을, 어떤 방법으로 중국이 무기 삼을지 모른다. 이런 일을 중국만 한다고 볼 수도 없다. 이러한 환경이 일반적인 현재, 불시에, 도처에서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전자세금계산서가 완전히 정착되었다. 종이 세금계산서가 일반적이었던 환경에서 이젠 전자세금계산서가 일반화 된 것이다. 기업 간의 거래, 후속 서류 작업 등에 많은 효율을, 정부의 조세 관리에도 효율을 안겨주었다.
이제는 전자거래명세서를 시작할 때다. 이미 전자세금계산서에서 학습한 바가 있어 정착까지 큰 혼란 없이 안착될 수 있을 것이다. Peppol(Pan European Public Procurement Online)은 전자거래명세서 등 Invoice 문서를 온라인으로 교환하기 위한 국제표준규격이다. Pepple에는 EU, 싱가포르, 호주, 뉴질랜드,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이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참여할 예정이다.
세계적으로 표준 Invoice를 사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시점에 우리나라에서 국내 유통 거래명세서를 표준화하고 디지털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2023년 과기부 페이퍼리스 사업에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이 디지털거래명세서 발행 및 유통 부문으로 과제를 수행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물류를 바라보는 시각이 '기업 간의 단순 유통'을 넘어, '국가적 물류관리'라는 개념으로 진화해야 한다. 제2, 제3의 요소수 파동이 안 생긴다는 보장이 없다. 정부가 세계적인 물류 흐름을 파악하고, 국내 상황을 점검,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전자거래명세서는 '기본'이다. 전자세금계산서의 관리를 국세청이 맡고 있는 것처럼, 전자거래명세서도 정부 부처가 관리하는 체계로 들어가야 한다.
물류는 안보다. 전자거래명세서로 시작하자.
이근영 코코아 대표 wwwbomnal@koco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