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포럼]인간의 실수까지 포용하는 따뜻한 미래 모빌리티 세상을 꿈꾸며

박용성 한국ESS산업진흥회 고문·前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검사본부장
박용성 한국ESS산업진흥회 고문·前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검사본부장

미래 모빌리티의 발전은 우리의 일상을 더욱 빠르고, 편안하며, 경제적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혁신의 바탕에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기본 원칙이 있다. 바로 '안전'이다. 안전에 대한 깊은 인식이야말로 모빌리티 산업 전반에 걸쳐 짚고 넘어가야 하는 중요한 가치다.

킥보드, 자동차, 도심항공 등 움직이는 모든 '탈 것'을 통칭하는 모빌리티는 기본적으로 사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한마디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모빌리티의 혁신이 사고로 이어질 경우 그것은 진정한 개선이 아닌 개악이 될 위험이 크다.

정부는 최근 제1차 모빌리티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모빌리티와 관련된 규제 샌드박스를 심의·의결하기 위한 것으로 배터리 교환형 차량과 화물차 자율주행 실증 등이 가능해졌다. 분명히 미래 모빌리티 발전 가능성을 열어주는 중요한 단계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우리는 이러한 기술이 야기할 수 있는 사고 위험성에 대해 철저한 검토와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자율주행자동차와 도심항공모빌리티(UAM)는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핵심으로 꼽힌다. 이미 레벨3 자율주행차량의 상용화로 인간이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도 주행이 가능한 시대가 도래했다. 기술 발전은 생활을 풍요롭게 하고 교통의 효율성을 높이지만 인간의 생명과 직결된 안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

대부분 자동차에는 이미 첨단안전장치가 장착됐다. 그러나 이러한 장치들조차도 급발진과 같은 사고를 완전히 방지할 수 없으며 전기차에서 발생하는 사고의 경우 심각한 화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국토교통부가 사고기록장치(EDR)의 항목을 대폭 개정함으로써 사고 후 원인과 피해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것 역시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다. 데이터 신뢰성을 확인하는 기준도 포함돼야 하며 특히 급발진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주행 중 비정상 가속이나 오작동 방지를 위한 기술 적용이 더욱 중요해졌다.

자율주행차의 기술적 완성도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사고 시 운전자의 과실 여부를 명확히 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이는 사용자의 안전 의식 향상,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 체계 구축, 그리고 정부와 업계의 철저한 안전 규제와 감독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제 우리에게는 일련의 기술적인 한계를 명확히 진단하고 인간의 실수까지 포용할 수 있는 진정한 첨단 안전 기술이 필요하다. 우리가 원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세상이다. 즉 단순히 기술적인 발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모빌리티 산업의 안전 문화 전반에 대한 깊은 이해와 재정립이 요구되는 것이다.

사고가 발생했을 사고의 주체가 누구인지를 가리는 것보다 예방할 수 있었던 사고는 아니었는지 살펴야 한다. 모든 기술이 사전 예방이 가능하도록 설계되고 적절한 예방조치가 취해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것이 모빌리티 산업의 핵심적인 과제다.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생명과 직결된 안전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 이를 위한 모든 이해당사자의 책임감 있는 접근과 협력이 요구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인간의 실수까지 포용하는 따뜻한 미래 모빌리티 세상, 모든 이들이 함께 꾸는 꿈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박용성 한국ESS산업진흥회 고문·前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검사본부장 ahpy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