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42...여야, 선거구 획정 여전히 '깜깜'

與 “비례대표의석 1석 줄이자”
野 “원안 아니면 수정안 제시”

여야가 4·10 총선을 40여일 앞두고도 여전히 선거구 획정 문제를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비례대표 1석을 전북에 내주고 전북 지역구 의석수를 현행 유지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민주당이 이를 받지 않고 '원안 통과'를 주장하고 있다. 2월 임시국회에서 합의하지 못 하면 3월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어 처리해야 한다.

지난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모의개표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수검표 실습을 하고 있다.
지난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모의개표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수검표 실습을 하고 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후 “민주당에 비례대표 1석을 양보할 뜻이 있다고 통보했고, 민주당의 입장을 감안했다고 생각한다”며 “그럼에도 선거구 획정안을 그대로 하자는 것은 국회의원의 책무를 방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야는 서울 종로, 강원 춘천 등 8개 선거구를 구역 조정 없이 현행대로 유지하는 '4개 특례구역'에 잠정 합의했다. 하지만 전북과 부산 의석수 조정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당초 민주당은 전북 대신 부산 지역 1석 감소를 요구했으나 여당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민주당은 '선관위 원안'을 처리하는 것으로 입장을 바꿨다.

여야가 계속 팽행선만 달리자 김진표 국회의장이 전날 국회의원 정수를 1명(300→301명) 늘리는 중재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야 모두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중재안을 거절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원안 처리가 강행되면 경기 북부에는 같은 수도권인데도 서울 면적의 4배에 달하는 선거구가 생기고, 강원에는 강원 전체 면적의 30%를 차지하는 6개 시·군이 묶이는 '공룡 선거구'가 탄생하게 된다”며 “거대 공룡 선거구는 지역 간 갈등을 유발하고 지역 대표성을 떨어트려 그 피해가 고스란히 지역 주민분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중진회의를 열어 선거구 관련 의견을 청취했다. 하태경 의원은 “29일까지 결론내야 한다고 지도부에 강력히 촉구했다”며 “그렇지 않으면 경선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고 공천에 대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획정안이 오는 29일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해 선거가 정상적으로 실시되지 못 하면 국민의힘 탓”이라며 “선관위 안은 여당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매우 편파적인 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와서 원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은 4월 총선을 치르지 않겠다는 것이냐”며 “불공정한 획정위 안의 수정안을 과감하게 제시하든지 아니면 획정위 안을 받든지 둘 중에 하나로 빨리 입장을 정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민주당 소속 호남 지역 의원들은 국회 본청에서 전북 선거구 10석 유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항의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획정위 원안에는 인구 변동에 따라 서울·전북에서 1석씩 줄이고, 인천·경기에서 1석씩 늘리게 되어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열고 선거구 획정에 대한 의견을 논의했으나 당내 공천 논란 등으로 결론을 내진 못했다. 일각에서는 선거구 협상이 3월 초까지 지연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