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포럼] '디지털물류실증사업' 연속성 확보해야

이향숙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
이향숙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

과거 물류 분야는 사기업의 영역으로만 인식됐지만 이른바 '생활물류'의 급속한 성장에 발맞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의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생활물류는 우리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계되는 물류로 택배서비스와 소화물배송서비스를 포함한다. 서비스가 점차 고도화되면서 우리의 삶은 한층 편리하고 여유로워졌지만 환경오염, 교통문제, 배송지역불균형 등 수반되는 문제점 또한 만만치 않다.

정부에서는 2021년 '생활물률법' 제정을 통해 생활물류서비스에 대한 법·제도적 기반을 마련했고 2022년에는 '생활물류서비스산업 발전계획'을 수립해 5대 핵심전략을 제시했다. 같은 해 시작된 '디지털물류실증사업'은 스마트 기술을 접목해 물류체계를 효율화하기 위한 것으로 당면한 물류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디지털물류실증사업'은 말 그대로 새로운 디지털기술의 물류분야 도입을 위한 실증 기회를 제공한다. 지자체가 민간과 공동 응모하며 국비와 지방비가 일대일 매칭되는 구조다. 예산이 크지 않고 기간이 짧아 사업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있으나 민관이 협력해 시도하는 물류사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시에서는 물류 인프라 부족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동네 공동배송, 우리시장 빠른배송, 주유소 물류복합화 사업을 2022년부터 2년에 걸쳐 추진했다. 공동배송은 일정지역의 택배물량을 1개 택배사에서 라스트마일 일괄배송하기 위한 것으로 주거지 차량진입을 줄여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일반 택배사 뿐만 아니라 쿠팡, 마켓컬리 등 유통이 결합된 배송시스템이 확대되다 보니 사업대상 범위를 정하기 쉽지 않고 배송물량, 송장처리 등에 대한 협의도 난항을 겪을 수 밖에 없다. 배송공동화를 시도한 것은 고무적이나 향후 디지털화, 첨단화까지 결합된 한국형 공동배송모델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시장 빠른배송은 물류 사각지대인 전통시장에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MFC)를 구축해 시장 내 물류슈요룰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것이다. 청량리, 암사, 노량진 시장을 대상으로 실증해 기존 아날로그 방식에서 애플리케이션, QR을 활용한 디지털 물류체계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인프라 구축 후 정착을 위한 절대기간이 필요하다보니 실증기간이 연장되지 않으면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주유소 물류복합화는 MFC를 통해 좁은 공간에 물품보관이 가능하도록 하고, 드론, 로봇 등 첨단장비를 실증하기 위한 공간을 제공한다. 실증이 향후 확대될 예정으로 사업의 연속성 확보를 위해서는 지속적 지원과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타 지자체에서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인천시는 2022년 공모사업을 통해 물류창고 없이 차량에서 차량으로 상품을 환적해 소비자에게 배송되는 체계인 비하이클 투 비하이클(V2)을, 지난해에는 소상공인 공동물류센터 구축을 통한 공유물류서비스를 실증했다. 그 밖에 부산광역시, 김천시, 김해시, 익산시, 진안군, 제주도 등이 참여해 지역에 맞는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가능성을 타진하고 진보된 물류서비스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했다.

올해는 새로운 아이디어는 계속해서 발굴되고 있으며 지원하는 지자체도 늘고 있어 성공적으로 추진되는 사업으로 보인다. 단 사업들이 하나둘 마무리되는 지금 시점에서 '디지털물류실증사업'의 확장성, 연속성, 그리고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성과를 이뤄낸 것은 분명하나 단기간 지원으로 성과가 퇴색되거나 더 큰 가능성을 져버릴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실증을 위한 발판이 되어 준 것은 분명하나 대부분 획기적 변화를 바로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일회성 낭비에 그치지 않도록 정부차원의 지속적인 재정적 지원과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이향숙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 hslee14@i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