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배의 디지털 레볼루션] 살기 좋은 지속 가능한 도시 '스마트 시티'

이경배 연세대·성균관대 겸임교수
이경배 연세대·성균관대 겸임교수

우리나라 인구 5300만명중 약 76%인 4000만명이 도시에 거주한다. 이는 1970년 38.3%에 비하면 도시화 속도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이는 세계적인 추세다. 도시로 인구 유입은 크게 세 가지 요인으로 설명된다. 첫째, 도시는 일자리와 교육, 문화 등 기회가 풍부해 청년층 유입이 활발하다. 둘째, 도시는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삶의 질이 높아서 중장년층 유입도 증가한다. 셋째, 도시는 의료와 복지 등의 서비스가 제공돼 노년층 유입도 늘어난다.

영국의 경제 분석기관 EIU는 매년 세계 173개 주요 도시를 대상으로 생활 적합성 조사를 하고 순위를 발표한다. 지난해 발표에 의하면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2022년에 이어 오스트리아 빈이 1위로 선정됐고, 아시아에서는 오사카가 10위를 기록했다. 문화 영역의 탁월함과 신뢰할 수 있는 생활환경, 모범적인 교육·건강서비스까지 고루 높은 평가를 얻은 결과다. 아시아 도시만을 놓고 보면 1위 오사카, 2위 도쿄, 3위 싱가포르, 4위 서울, 5위 홍콩, 6위 부산 순이다.

살기 좋은 도시를 평가하는 항목은 크게 5개 카테고리로 나뉜다. 첫째, 사회 안정성 부문이다. 범죄, 테러, 폭동 등에 얼마나 안전한가다. 둘째, 국민 보건 부문이다. 공공 또는 사설 헬스케어의 질적 수준이다. 셋째, 문화와 환경부문이다. 온도, 습도, 재해, 종교, 스포츠, 문화, 음식 등 수준이다. 넷째, 교육 부문이다. 공공 또는 사설 교육 수준이다. 다섯째, 사회 기반 부문이다. 도로, 대중교통, 외국 연결망, 주택, 에너지, 물, 통신 수준이다.

최근 딜로이트 컨설팅과 'Thought Lab'이 주관한 세계 67개국 200개 도시 정책담당자와 시민 2000명이 참여한 '도시의 미래' 조사에서는, 도시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핵심과제와 미래 도시 실현을 위한 역량이 도출됐다. 첫째, 최우선 해소가 필요한 5대 도시 위기로는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공중보건, 주택난과 노숙자 위기, 교통혼잡 문제, 예산부족 등이 선정됐다. 둘째, 도시문제 해소를 위한 핵심과제로는 도시 신뢰와 투명성 확보, 도시 디지털화 실현, 도시 회복 탄력성 확보, 전문인력 유치 등이 꼽혔다. 셋째, 미래도시 실현의 5가지 핵심 키워드로는 경계선 없는 파트너십 구축, 신뢰에 기반한 도시 설계, 기술과 데이터 거버넌스 강화, 녹색 전환, 인적 생태계 구축 등을 선별했다.

자연환경은 인위적으로 바꾸기 힘들지만 그 외 인프라 부문은 철저한 계획과 투자로 개선할 수 있다. 이러한 인프라 부문은 어느 하나만을 집중적으로 해결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예를 들어 교통난이 심각하다고 도로를 무작정 넓힐 수는 없다. 그보다는 교통신호체계 개선, 공공교통 확충, 도시 기능 분산 등으로 근본적인 해결을 할 수 있다. 또 노약층을 위해 병원을 확충하는 것도 시급하지만 환자가 발생하는 시점에 상황이 자동 전달되고 응급시스템이 작동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쓰레기 처리를 위해 쓰레기 차량을 확충할 것이 아니라 쓰레기 자동집하시설을 만들어 땅속에 묻힌 관로를 통해 집하장으로 자동 이송되는 시설로 쓰레기 차량과 쓰레기통을 감축할 수 있다. 이러한 도시 문제 전체를 종합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스마트 시티' 종합 계획이다.

스마트 시티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도시 경쟁력과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도시 소멸을 막으며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혁신 도시를 건설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각 지자체들이 각 도시에 맞는 스마트 시티를 조성하는 붐이 일고 있다. 하지만 목표나 투자금액이 적고 단기적 추진 사항이 대부분이라 그 실효성에는 의문이 가는 무늬만 스마트시티가 아닌지 되짚어봐야 할 것이다.

이경배 연세대·성균관대 겸임교수 kb.lee@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