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떡 신사'라는 노래가 있다. 해학적인 가사와 특유의 창법으로 발표된 지 거의 80년이 다 되어 가는 지금도 리메이크가 되는 히트곡이다. 허세 부리다 봉변당하는 우리네 장삼이사들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고 한 번 웃어넘기면 그만이다. 그러나 정부가 부리는 허세는 그냥 넘겨서는 안된다. 구체적인 재원 대책도 없으면서 돈을 더 쓰겠다는 정부, 어차피 이기지도 못할 시장을 무조건 꺾어보겠다는 정부를 우리는 너무나 자주 봐오지 않았던가.
올해 2024년은 모빌리티 시대로 전환에 있어 매우 중요한 해다. 전기차,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정의자동차(SDV) 뿐만 아니라 UAM까지 상용화가 가시화된다. 미래 모빌리티 수단을 현실적으로 뒷받침할 교통물류 인프라의 입체적 개발도 구체화하고 있다. 모빌리티 시대에 국내 관련 산업이 글로벌 우위를 선점하고 혁신적인 모빌리티 서비스를 일상 속에 구현하고자 하는 윤석열 정부의 의지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자동차·자율주행·UAM을 총괄하는 '모빌리티자동차국'을 출범 1년 차에 신설하고 작년 10월에 시행된 '모빌리티 혁신 및 활성화 지원에 관한 법률'의 후속 조치도 꼼꼼히 추진하고 있다. 특히 지난 1월 25일 발표한 '교통 분야 3대 혁신 전략'을 통해 국민 삶에서 교통이 주거만큼 중요하다고 천명했다. 모빌리티 산업의 혁신과 성장에 대한 기대가 그 어느 때 보다 높아졌다.
이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미래 모빌리티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할 재원 조달과 규제 개혁에 대한 정부의 실천이다. 정부 입장은 명확하다. 민간 자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민간 투자를 가로막는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하게 없앤다고 약속했다. 불확실하고 불합리한 시장 규제와 민간의 혁신적 투자는 양립할 수 없다는 정확한 현실 진단에 따른 올바른 정책 방향이다.
지금까지 교통 인프라 건설과 운영, 그리고 교통 서비스 공급은 운송 산업에서 직간접적으로 창출되는 수익에 상당 부분 의존해 왔다. 유류세부터 차량 관련 세금, 교통 범칙금, 통행료와 대중교통요금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미래 모빌리티의 변화된 환경에서 기존의 안정적 재원들이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 전기자동차는 유류세, 공유 모빌리티 서비스는 자동차 판매와 보유세 감소를 가져올 것이다. 심지어 자율주행차가 보편화되면 교통 범칙금과 주차요금 수입도 급감하게 된다. 차량 주행거리는 계속 증가하는 걸로 예측돼 통행료에는 별다른 타격이 없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이러한 전통적인 방식을 대체하거나 보완할 새로운 자금 조달 방법은 있는가. 모빌리티 기술과 시장 변화에 따라 상상을 뛰어넘는 것이 등장할지도 모르지만 지금 당장 고려해 볼 가치가 있는 방안들이 있다.
첫째,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른 합리적이고 공정한 요금제 확립이다. 운송원가에 한참 못 미치는 현재 요금 수준으로 미래 투자는 불가능하다. 모빌리티 원가 기반으로 적정 수준의 이용료를 부과해야 한다. 둘째, 모빌리티 데이터의 상업적 활용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이 필요하다. 모빌리티 데이터는 많이 사용되고 상호 결합할수록 더 높은 가치를 가지게 된다. 정부가 모빌리티 통합 데이터 오픈 플랫폼을 구축하고 데이터 보유기업과 수요 기업간 거래를 촉진해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조성한다고 하니 지켜보자. 셋째, 민관협력사업(Public-Private Partnership)을 통한 스마트 시티와 미래 모빌리티의 화학적 결합을 이뤄야 한다. 우리가 사는 도시 공간과 구조를 규정하는 모빌리티는 도시 개발과 한 몸일 수밖에 없다. 도시 개발을 통한 참신한 자금조달 모델이 모빌리티의 미래다.
우리는 지금 2030년 자율주행, 스마트 물류, UAM 등이 일상화되는 미래 모빌리티 선도국가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미래를 향한 멈추지 않는 모빌리티 혁신을 약속한 현 정부다. 돈 없다고 미슐랭 레스토랑이 익숙한 시민들에게 대폿집 빈대떡에 만족하라고 해선 되겠는가. 돈을 만들어야 한다.
유정훈 아주대학교 교통공학과 교수 jeongwhon@ajo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