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배의 디지털 레볼루션] AI 시대에 더 필요한 '데이터 드리븐 매니지먼트'

이경배 연세대·성균관대 겸임교수
이경배 연세대·성균관대 겸임교수

최근 기업은 빠르게 변화하는 경영 환경으로 인해 스마트하고 효과적인 의사 결정을 내리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의사 결정을 지원하는 경영정보시스템(Management Information System), 의사결정지원시스템(Decision Support System), BI(Business Intelligence) 솔루션 역할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대부분 기업은 사내 정보기술(IT) 시스템을 활용한다. 전사자원관리(ERP)는 사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업무를 처리한다. 고객관계관리(CRM)은 영업·마케팅 현장을 지원한다. 생산관리시스템(MES)으로 생산관리·물류가 진행된다. 그룹웨어는 메일, 결재, 게시, 보고서 등 자료·정보가 문서 형식으로 전달된다. 이렇게 IT 시스템으로 업무가 처리되고 데이터가 수집되는 환경을 구비해 놓았다. BI 솔루션으로 경영분석자료를 실시간으로 받아 보길 원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경영자료 하나를 요구하면 하루 이틀 걸리는 것은 예사이니 말이다.

데이터가 분석돼 경영자료로 활용되거나 인공지능(AI)의 기본자료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빅데이터 5대 V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볼륨(Volume). 충분한 양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둘째, 벨로시티(Velocity). 즉시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필요하다. 셋째, 버라이어티(Variety). 다양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넷째, 밸리데이트(Validate). 검증된 데이터가 필요하다. 다섯째, 밸류(Value). 데이터에서 가치를 찾는다.

데이터를 '경영의 무기(Data Driven Management)'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첫째, 분석에 필요한 잘 정리된 다양한 데이터 둘째, 이를 분석하기 위한 사용이 편리한 분석 솔루션 셋째, 기술과 경영을 충분히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하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ABB그룹은 전세계 100여개 국가에서 사업을 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2020년부터 '데이터 중심 기업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37개 ERP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만으로는 부족해 기업 내부 모든 데이터로 범위를 확대했다. 서로 상이한 시스템에서 데이터를 모으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기술이 필요하므로 전문 솔루션을 사용하여 2분 간격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통합해 '데이터 플랫폼 애즈 어 서비스(data platform as a service)' 체계를 완성했다. 기존에는 월 1회 주문과 매출을 마감했지만, 지금은 임직원 누구나 실시간 데이터를 보면서 경영하므로 신속하고 민첩하게 시장에 대응할 수 있다.

또 일본의 후지쯔는 'One Fujitsu'를 목표로 '미래 예측형 경영, 오퍼레이션 엑셀런스'라는 2대 지침 달성을 위해 'One CRM' 'One ERP+' 'One Data'를 추진하는 전사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 프로젝트인 '후지트라'를 시작했다. 이는 사일로화 된 각 사업 부문을 불문하고 업무별 동일 시스템을 사용해 업무 표준화와 데이터 통합을 이뤘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는 불가능했던 세계 상담 현황까지도 실시간 파악이 가능해졌다.

발생하는 데이터를 모두 모아서 데이터 저장소(Data Lake)를 만드는 것도 좋지만, 필요한 데이터를 필요한 만큼만 잘 정리해서 모아 놓은 데이터 마트(Data Mart)가 더 효율적이다. 특히 AI 시대에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체계적으로 갖춰져야 하고, 숫자 데이터 외에 문서 데이터나 이미지 데이터까지도 필요하게 됐다. 기업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하거나 구축할 경우 당장 닥치는 일이 잘 정제된 데이터 확보와 체계적인 분석 역량이다.

이경배 연세대·성균관대 겸임교수 kb.lee@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