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향력 키우는 '절친' 김동관·정기선…차세대 리더십 경쟁 본격화

김동관 한화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각 사
김동관 한화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각 사

재계 절친으로 알려진 김동관 한화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나란히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김 부회장과 정 부회장이 책임경영에 나서는 동시에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경영능력 경쟁을 펼치고 있다.

HD현대는 29일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글로벌 R&D(GRC)에서 제7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정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이에 앞서 한화는 28일 서울 로얄호텔서울에서 제72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김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김 부회장과 정 부회장은 80년대생 오너3세로, 재계 절친으로 알려져 있다. 재계에서는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두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대해 책임경영과 그룹 영향력 확대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본격적인 경영능력 입증의 시기라는 시각도 있다.

특히 HD현대와 한화가 전개하는 사업 중 겹치는 분야가 있어 해당 영역에서 두 부회장의 리더십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첨예한 대립이 펼쳐지고 있는 사업영역은 방산이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수주를 두고 전쟁을 방불케 하는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올 하반기 상세설계 및 선도함 발주가 예상되는 KDDX 사업은 2030년까지 6000톤(t)급 미니 이지스함 6척을 건조하는 사업이다. 해당 사업의 규모는 7조8000억원으로 올해 가장 큰 방산 사업으로 꼽힌다.

한화오션은 개념설계를, HD현대중공업 기본설계를 수행했다. KDDX 개념설계 유출과 관련해 지난해 11월 HD현대중공업 직원이 군사기밀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최종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에 한화오션은 임원의 개입 여부를 수사해달라는 고발장을 제출했다.

한화오션 측은 사법부에서 HD현대중공업 임원을 대상으로 수사 및 기소가 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임원들에 대한 판결문만으로도 임원의 개입 여부를 충분히 의심할 수 있고, 군에서 공개한 수사기록에서도 의심을 거둘 수 없는 정황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HD현대중공업은 “이해하기 어려운 억지 주장에 불과하며 법원의 판결과 방사청의 두 차례에 걸친 심도 있는 심의를 통해 이미 종결된 사안”이라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미래 조선 사업에서도 HD현대와 한화가 기술 경쟁을 펼치고 있다. '글로벌 오션 프로바이더'라는 비전을 앞세운 한화오션은 2조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친환경 운반선, 자율주행 선박 기술 확보에 나섰다.

정 부회장은 CES2023에서 '오션 트랜스포메이션' 비전을 밝힌 바 있다. 건조 단계부터 디지털 트윈을 적용하고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전 세계 모든 선박과 항만, 기상 정보 등을 통합한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바다에 대한 관점과 활용방식의 근본적 변화를 이끌겠다는 것이다.

한화와 HD현대는 에너지 분야에서도 경쟁을 펼친다. 한화는 태양광,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또 암모니아 가스 터빈을 개발하고 있고 '무탄소 추진 가스운반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엔진 제작-선박건조-운송까지 '무탄소 선박 밸류체인'을 구성하겠다는 전략이다.

HD현대는 신재생에너지 PPA 사업을 전개하기 위해 사업목적에 '신·재생에너지 개발, 중개, 매매, 공급업, 발전업, 설비 임대, 기타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의 내용을 추가했다. 블루수소를 생산을 추진하고 있는 HD현대오일뱅크, 태양광 에너지솔루션 기업 HD현대에너지솔루션 등 에너지 부문 계열사를 활용해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과 김 부회장은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등 성과를 보여왔다”며 “사내이사 재선임을 통해 경영능력을 펼쳐보일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두 그룹이 영위하는 사업 중 겹치는 부분도 있다”면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