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지대' 아이티 갱단 찾아간 관종 유튜버 “몸값 지불하고도 못 나와”

나이지리아를 여행하고 있는 미국 유튜버 에디슨 피에르 말루프. 사진=유튜브 갈무리
나이지리아를 여행하고 있는 미국 유튜버 에디슨 피에르 말루프. 사진=유튜브 갈무리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가 갱단에 점령당한 가운데 한 미국 유튜버가 무모하게 갱단 두목을 만나러 갔다가 피랍됐다. 그는 몸값을 지불하고 풀려나는 듯했으나, 아직까지 아이티를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 · 영국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이달 초 아이티로 떠났다가 갱단에 납치된 레바논계 미국인 유튜버 에디슨 피에르 말루프(26)가 17일 만에 몸값으로 약 5만 달러를 지불했으나 아직까지 귀국길에 오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말루프는 구독자 144만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아랍'(@YourFellowArab)을 운영하는 유튜버로 치안이 좋지 않은 나라를 여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구 1150만명의 카리브해 국가 아이티는 미주 최빈국으로 꼽힌다. 지난 2021년 7월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암살된 이후부터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사법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아 '무법지대'가 됐으며, 수도 대부분은 거대 갱단에게 장악된 상황이다.

말루프는 지난달 갱단 두목인 지미 '바비큐' 세르지에를 만나겠다며 아이티에 입국했다. 그러나 3월 14일 아이티에 발을 들인 당일 수도 포르토프랭스 공항 인근에서 세르지에의 경쟁 조직에 붙잡혔다.

그는 납치됐을 당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외딴 곳에 납치됐다. 철조망에 둘러싸인 콘크리트 판잣집”이라며 “집에 갈 때까지 더 이상 자세한 내용을 말할 수는 없지만 지금은 영광이 하나님께 있기를 바랄 뿐”이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소식이 끊기고 17일만인 30일, 그는 SNS에 자신을 납치한 갱단 지도자 조셉 윌슨과 포옹을 나누는 모습을 남기며 몸값을 지불하고 석방됐다고 밝혔다. 그의 아버지인 피에르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나는 에디슨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아이티의 갱단들은 납치를 돈벌이로 이용하고 있으며 몸값을 지불 받으면 피해자들을 다치게 하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는 풀려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티 매체 '더 아이티안 타임스'는 “그는 공항에 도착하기 직전 렌터카 업체와 말다툼을 벌였고, 차량 운전자가 가격을 올리는 바람에 비행기를 놓쳤다”고 전했다. 미국행 비행기에 다시 탑승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편, 그가 SNS에 글을 올리면서 미국인은 물론 아이티 현지인들 모두 그를 비난했다. 미국인들은 “당신 같은 사람때문에 실제로 죽을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비행기에 탈 수 없을지도 모른다”라고 비난했으며 아이티인들은 “아이티에 대해서 언급하지마라”, “저 인간을 다시 가둬라”같은 반응을 보였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