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發 청년육성]청년 창업 산실 창업중심대학, 지역 창업 허브로 '도약'

# 부경대 컴퓨터공학과 학생이던 곽수용 대표는 2017년 비대면 주문 솔루션 기업 페이타랩을 설립했다. 평소 사회문제 해결에 관심이 많던 그에게 부산 중심가 서면의 자영업자가 수개월만에 폐업을 반복하는 일이 눈에 들어왔다. 직접 만나본 결과 인건비와 홍보비 부담이 원인이었다. 대학 동기들과 소규모 카페 음료를 미리 주문하고 결제까지 가능한 애플리케이션(앱) '패스오더'를 개발했다.

동남권 창업중심대학 부산대는 페이타랩 성장에 힘을 보탰다. 부산대는 창업 도약기인 페이타랩에 사용자 패턴 분석 기반 주문·결제 서비스 고도화 자금과 기술검증, 기업설명회 등을 제공했다. 지난해 페이타랩 매출은 세 배 이상 성장했고, 4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고용노동부 강소기업, 부산형 히든챔피언 기업 등에도 선정되며 지역 대표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사진 왼쪽 두 번째)이 지난 2월 2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에서 열린 청년창업기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중소벤처기업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사진 왼쪽 두 번째)이 지난 2월 2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에서 열린 청년창업기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중소벤처기업부)

중소벤처기업부는 대학 창업 활성화와 지역창업 허브 역할 수행을 위해 지난 2022년 창업중심대학 사업을 도입했다. 한양대와 강원대, 전북대 등 9개 대학이 현재 권역별 창업중심대학으로 활동 중이다. 이들 대학은 성장단계별 사업화 자금(예비창업자 약 5000만원·초기창업기업 약 7000만원·도약기 창업기업 약 1억2000만원)과 창업교육·판로개척·글로벌 진출 등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9개 창업중심대학은 지난해 총 810개 창업기업을 발굴했다. 이들 기업이 지난해 달성한 매출은 약 5580억원, 고용 창출은 약 1500여명에 달한다.

창업중심대학 지정 현황(자료=중소벤처기업부)
창업중심대학 지정 현황(자료=중소벤처기업부)

더 중요한 것은 지역 청년의 신선한 아이디어가 대학 창업 인프라와 만나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끈다는 점이다. 2021년 설립한 피플즈리그는 인공지능(AI) 육류 조리로봇 미트봇을 선보였다. 창업멤버가 공대 출신이면서 고깃집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 업주와 고객 모두 원하는 조리 자동화 수요를 파악했다. 현재 한남대 지원을 받아 '미트봇2'를 개발 중이다.

강원대 지원기업 감자아일랜드는 토종효모를 활용한 감자맥주를 구현했다. 춘천 닭갈비, 속초 팔공감자 등 콜라보레이션 제품 출시로 로컬 크리에이터로 거듭난다는 포부다.

대학 연구소 우수 기술을 활용한 고부가가치 창업도 창업중심대학 기대요인이다. 남재도 성균관대 화학공학·고분자공학부 교수는 2019년 비드오리진을 창업했다. 이 회사는 반도체 화학기계 연마(CMP)용 습식세리아 입자 상용화에 도전한다. 남 대표가 구현한 완전 구(球)형 입자는 웨이퍼 표면을 평평하게 만들면서도 미세회로는 건드리지 않아 수율을 향상한다. 미국, 일본, 벨기에 등에서 전량 수입하던 세리아 입자 해외 의존도도 낮출 수 있다.

올해 창업중심대학 사업은 기존 청년창업 지원사업 연계 강화와 수요 맞춤형 역량 강화 프로그램 제공에 초점을 맞췄다. 일부 기업은 중기부 지역 특화프로젝트 '레전드 50+ 프로젝트'와 연계해 선발한다.

중기부 관계자는 “권역별 창업중심대학의 지역창업 허브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권역 내·외, 대학·지역·기업 간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