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 시 정전기 만으로 오염수 병원체 99.9% 사멸…휴대형 물병 개발

연구팀이 개발한 휴대형 정화 물통 사진(왼쪽)과 기존 정수 방식의 비교도. 김상우 교수 제공.
연구팀이 개발한 휴대형 정화 물통 사진(왼쪽)과 기존 정수 방식의 비교도. 김상우 교수 제공.

보행 시 발생하는 인체 정전기와 전도성 고분자 나노로드(극미세선)를 이용해 병원균에 오염된 물을 정화하는 휴대형 물병이 개발됐다.

한국연구재단은 김상우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와 중국 인민대 및 칭화대 국제 공동연구팀이 전기천공법을 활용해 수인성 병원균을 사멸시키는 휴대형 장치를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상수도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병원균에 오염된 식수가 주민 건강을 위협한다. 따라서 정수 기능을 갖춘 휴대형 물병 보급이 추진됐지만, 휴대형 물병에 염소처리와 자외선 조사 등 전통적인 수처리 기술을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최근에는 전기 및 광촉매를 통해 활성산소를 생성해 정수하는 방법이 도입됐지만, 이는 별도 에너지원이 필요한 단점이 있다.

연구팀은 보행 시 발생하는 정전기를 수확해 전기장을 만들고, 이를 전도성 고분자 나노로드로 극대화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보행 시 발생하는 정전기는 보행 속도가 빠를수록 더 큰 전기장을 만드는데, 경보 수준의 빠른 걸음에서는 493V의 전압을 얻을 수 있다.

보행으로 발생한 정전기는 전도성 고분자 나노로드를 통해 집속되고, 강한 전기장 주변을 지나는 병원체는 전기천공법에 따라 사멸됐다.

연구팀이 정수된 물을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바이러스 및 박테리아 표면에 구멍이 형성돼 완벽히 사멸됐음을 확인했다.

또 휴대형 정화 장치를 들고 10분 동안 보행 시 99.9999%의 병원체가 사멸됐으며, 80회 이상의 반복 실험에서도 성능이 유지됐다.

김상우 교수는 “수인성 질병은 상하수도 시설이 열악한 아프리카와 일부 아시아 국가의 공중 보건을 위협한다”며 “보행으로 얻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로 병원균을 직접 소독하는 기술은 안전한 식수를 제공함으로써 주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이번 연구 성과의 의의를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워터(Nature Water)에 지난 12일 온라인 게재됐다.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