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국채지수 편입 반년 늦춘다…기재부 “정치 상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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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로 예정됐던 한국의 세계국채지수(WGBI, 윅비) 편입 시작 시점이 내년 4월로 연기됐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한국의 정치적 상황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투자자 측의 환경 개선 요구를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 정치 상황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글로벌 지수 제공업체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러셀은 한국의 윅비 편입 시점을 올해 11월에서 내년 4월로 연기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오는 11월부터 윅비에 편입되기 시작해 분기별로 편입 비중을 확대하고 내년 11월까지 편입을 완료할 예정이었다. 이번 편입 시기 조정으로 편입 시작 시점은 미뤘지만 완료 시기는 내년 11월로 기존과 동일하다. 내년 4월로 편입 시작 시점이 늦춰지는 만큼 매달 편입 비중을 높여 계획된 시점까지 편입을 완료하게 된다.

기재부는 이번 편입 시점 조정이 채권시장 영향력이 큰 일본 투자자들의 환경 개선 요구를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은 국채를 주문하려면 한국과 달리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이를 테스트하기 위한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의사를 FTSE러셀 측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투자자들이 절차를 개선할 수 있는 준비 시간을 주는 게 편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고 제도 안착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또한 분기보다 월별로 편입 비중을 높이는 게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에도 수월하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한국의 정치적 상황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폭탄에 따른 경제 위기 등의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로 해외 전망기관들이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윅비 편입이 결정된 후 편입 시점이 미뤄진 사례가 전무하다는 점도 이같은 시각을 뒷받침한다. 과거 중국이 편입 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조정한 바 있지만 편입 시작 시점이 미뤄지지는 않았다.

정부는 FTSE러셀 측이 추가적인 제도 개선을 요구하지 않은 점, 시장과의 소통 의지를 높게 평가한 점 등을 들어 정치적 상황이 반영됐다는 우려에 선을 그었다.

김재환 기재부 국제금융국장은 “정치적 불확실성이나 국채 시장의 문제였다면 편입 시기 조정이 아닌 편입 완료 시점 연기 등의 옵션을 선택했을 것”이라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편입 시점 연기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0%”라고 강조했다.

편입이 미뤄지면서 당초 기대됐던 선진국 자금 유입, 자금 조달비용 절감, 달러화 유입에 따른 고환율 기조 완화 등의 효과도 미뤄지게 됐다. 정부는 윅비 편입으로 최소 560억달러(약 75조원)의 자금이 국채 시장에 유입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