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벤처펀드 출자 옥죄던 자본규제 풀렸다

금융당국이 은행이 정책금융기관과 함께 투자조합 등을 통해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경우 위험가중치를 400%에서 100%로 낮추는 제도 개편을 마무리했다. 자본 규제 부담을 던 은행권의 벤처투자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은행업감독업무시행세칙을 개정했다. 그간 은행이 조성하는 벤처투자조합이나 신기술투자조합 등 벤처펀드는 바젤III 기준에 따라 그간 일괄적으로 400%의 가중치를 적용 받았다. 이번 시행세칙 개정에 따라 벤처펀드도 자본시장법 상의 집합투자기구, 즉 사모펀드(PEF) 등 일반 펀드와 동일한 위험가중치를 적용받게 됐다.

벤처펀드가 일반적인 펀드처럼 바젤III에서 규정한 주식 익스포저(노출) 기준에서 제외된 영향이다. 이에 따라 벤처펀드도 일반 펀드와 같이 편입한 자산에 따라 위험가중치가 달리 적용된다. 매매목적의 비상장기업에는 기존대로 400% 가중치를 적용하되, 여타 비위험자산에 대해서는 비중에 따라 가중치가 달리 매겨지는 셈이다.

그간 자본비율 부담으로 벤처펀드 출자를 꺼리던 은행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시행세칙 개정에 따라 시중은행은 금융당국과 사전 논의를 거쳐 이미 1분기 보고서에 개정 내용을 반영했다. 지난 1분기 4대 금융지주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지난해말 대비 일제히 상승한 데는 이번 위험가중자산(RWA) 기준 개편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연이어 조성될 벤처펀드에 대한 은행권 출자 여력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금융당국 차원에서 추가적인 제도 개편을 검토하고 있어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바젤III 기준에 따라 은행의 비상장기업 투자는 여전히 400% 수준의 위험가중치가 적용된다”면서 “해당 사안에 대한 개편 여부에 대해서도 TF차원에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RWA 제도 개편에 따라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되는 건 신기술금융회사들이다. PEF와 마찬가지로 신기술조합 역시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위험가중치가 덜한 방식으로 제한없이 투자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반도체펀드나 과학기술펀드 등 이번에 신규로 투입되는 자금에 대한 매칭 금액에 대해서도 슬슬 은행권에서 출자 의사를 보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ONE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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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